서울시 주거환경개선대책 자문위원회의 '시 주거환경개선정책 종합점검 및 보완 발전방안' 발표가 있었던 15일.뉴타운 사업을 추진 중인 강서구 화곡동 지역 주민 A씨는 자문위 발표내용을 접하고 허탈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런 반응이 나온 이유는 간단했다. 자신을 포함해 지역주민들의 관심이 온통 이 발표에 쏠려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궁금증을 해소해줄 만한 구체적인 내용이 전혀 포함돼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번에 발표된 주거환경개선정책 발전방안에는 △소형 · 저가주택 모델개발을 통한 소형주택 멸실 대비 △아파트 위주의 주거유형 다양화 △정비사업 시기조절을 통한 주택 수급조정 시스템 가동 △예정구역 지정 위주의 정비기본계획 폐지 · 주거지종합관리계획 수립 등의 내용이 담겨있다.

그렇지만 이런 내용들은 이미 정부나 서울시가 그런 쪽으로 가겠다고 대부분 발표를 한 것들이다. 또 지나치게 추상적이어서 소비자들에게는 도움이 되지 않는 뜬구름 잡는 이야기들이 많다. 서울시가 어떤 내용의 액션플랜을 마련해 어떻게 정책을 수립해 나가야 한다는 구체적인 지침은 전혀 포함돼 있지 않았다.

이 같은 비판이 나올 것을 위원회가 짐작해서였을까. 설명회에 나선 학계 소속 자문위원회 관계자는 "자문위원회 산하 실무추진단이 작년 5월 첫 출범 이후 70여차례 회의를 하면서 치열한 토론도 벌였다"며 결코 허송세월을 한 게 아님을 애써 강조했다.

그러나 아쉽게도 자문위원회는 허송세월을 보냈다는 게 기자의 생각이다. 굳이 한 일이 있다면 서울시가 시민들로부터 욕 먹을 것을 두려워해 뉴타운정책에 대한 입장을 정해 밝히는 데 8개월 정도의 시간을 벌어주는 '방패'역할을 했다는 정도다. 작년 총선 과정에서 이슈가 됐던 뉴타운 관련 정치적 논쟁이 잠잠해지는 데 도움을 주기도 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그동안 자신의 뉴타운 정책과 관련된 민감한 질문들이 나올 때마다 "자문위원회가 뉴타운제도 관련 개선책을 마련 중이니 결과가 나올 때까지 기다리자"는 식으로 시 최대의 '숙제'를 미루는 데 급급했다. 시장의 말만 믿고 눈빠지게 뉴타운 대책 수립과정을 기다려왔던 해당지역 주민들에게 앞으로 서울시가 뭐라고 할지 궁금해진다.

송종현 사회부 기자 scre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