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주거환경개선정책 자문위원회가 15일 발표한 '주거환경개선 정책 종합점검 및 보완발전 방안'은 기존 재개발 · 재건축 사업의 문제점을 종합 · 분석하고 이에 대한 정책방향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주목을 끌었다. 자문위는 특히 지난 30년 동안 민간 주도로 시행해온 개발방식의 경우 원주민 재정착률이 매우 낮고,조합원 간 분쟁,조합과 시공사 간 비리,난개발 등 많은 문제를 야기해 왔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앞으로는 재개발 · 재건축 사업에서 공공부문 역할을 크게 강화할 것을 권고했다.

◆공공개발 시범뉴타운 등장할 듯

자문위는 이번 대책 발표에서 뉴타운 추가지정에 대한 언급은 하지 않았다. 이는 어디까지나 정책결정자인 서울시장에게 달려 있으므로 자문위의 권한 범위를 넘어선다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자문위는 기존 재개발 · 뉴타운 사업의 문제점이 상당 부분 민간위주의 개발 방식에서 기인한 것으로 결론 내리고,공공기관이 사업을 시행하는 재개발 뉴타운 지구(구역)에 대해서는 점진적 확대를 주문했다. 실제 1973년부터 작년까지 주택재개발 · 재건축사업 · 도시환경정비사업 등 각종 노후지역 개발사업에서 공공기관이 시행을 맡았던 구역은 전체(1938곳)의 4.1%에 불과한 8곳에 불과했다.

이번 자문위원회의 실무추진단 위원으로 활동했던 신중진 성균관대 교수(건축학)는 "기존 민간 재개발의 문제 해소를 위해 공공참여를 확대하거나,아예 공공이 시행을 맡도록 유도할 필요가 있다"며 "공공사업구역의 경우 용도지역 변경,층수 완화,구역 지정요건 완화,기반시설 설치비용 지원확대 등 다양한 인센티브를 제공해서 쾌적한 도시개발이 이뤄지게 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멸실주택이 신규공급보다 많아

자문위는 또 올해부터 2011년까지 뉴타운 등 정비사업이 집중돼 주택멸실이 가속화될 것이란 전망을 내놓았다. 이에 따라 도심 · 동남 · 동북 · 서남 · 서북 등 5개 생활 권역별로 재개발 · 재건축 사업의 속도조절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자문위가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정비사업으로 3만1061가구가 없어지지만 공급되는 주택은 1만1669가구에 불과하다. 이어 내년에도 4만8689가구가 사라지는 데 반해 공급 주택은 2만2539가구에 그치게 된다.

아울러 시범 뉴타운에서 3차 뉴타운까지 모두 26개 지구의 사업구역(1277만㎡)이 1973년부터 작년까지 36년간 지정된 전체 재개발 구역면적의 66%에 달해 정비사업이 속도를 내면 대규모 이주 수요가 발생하면서 서민들의 주거환경이 크게 열악해질 것이란 논리다.

◆주거지종합관리계획 수립

자문위는 현재 관련법에 따라 각각 진행되고 있는 재건축 · 재개발 · 뉴타운 등의 사업에 대해 '주거지종합계획'을 수립,통합 · 광역개발할 것을 주문했다. 주거지종합계획은 각종 뉴타운계획,역세권 개발계획,재개발 · 재건축 기본계획 등을 모두 포괄하며 기존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 기본계획'상 '정비예정구역'은 지가 상승 등 역기능을 초래했다는 이유로 폐지될 전망이다.

서울시는 주거지종합계획과 관련,국토해양부와의 협의를 거쳐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재정비촉진을 위한특별법,도시개발법 등 각종 개발법을 모두 아우르는 '도시재생법'을 제정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관련 법제 정비작업이 진행될 연내에는 4차 뉴타운 추가지정이 이뤄지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는 오는 20일 관련 시민단체와 학계 등이 참여하는 공청회를 열고 의견수렴을 거쳐 내달 정비사업 관련 주택정책을 최종 확정해 발표할 방침이다.

이호기 기자 h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