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감스러운 도시' 제작.주연 정준호

"저는 작품을 고를 때 여느 배우들과 좀 달라요. 투자자들이 수익을 가져갈 수 있는지 흥행성을 먼저 살핍니다. 제작사를 경영하다보니 이런 습성이 생겼나봐요. "설 연휴를 앞두고 오는 22일 개봉되는 조폭코미디 '유감스러운 도시'(감독 김동원)의 제작자 겸 주연배우로 나선 정준호씨(39 · 사진).그는 2003년 설립한 제작사 주머니엔터테인먼트 대표로 투자배급사 CJ엔터테인먼트와 공동 개발한 이 영화에서 범죄조직에 침투한 비밀경찰 역을 맡아 경찰에 파고든 조직원(정웅인 분)과 대결하게 된다.

얼핏 홍콩 영화 '무간도'를 떠올리게 하지만 느와르가 아닌 코미디다. 그는 인터뷰 내내 신작에 대한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다.

그가 주연했던 두 전작 조폭코미디 '투사부일체'와 '가문의 영광'은 500만명 이상을 동원했다.

"코미디에 대한 평단의 시선은 원래 곱지 않습니다. 조폭이란 자극적인 소재에 대한 평가는 더욱 냉정하고요. 그렇지만 평론가의 시선은 주관적이죠.반면 코미디를 보러온 관객들은 작품성보다는 재미를 즐기면서 한바탕 웃고가기를 원합니다. '유감스러운 도시'는 이 같은 관객들의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습니다. 경찰과 건달의 역할이 전도되는 아이러니컬한 상황에서 경찰이 조직원에게 골탕 먹고,건달이 경찰 행세를 하는 게 웃음을 주거든요. "

그는 대중성을 끌어올리기 위해 조폭과 경찰이란 식상한 소재를 참신하게 보이도록 신경썼다고 했다.

대형 폭발 신 등 스펙터클한 장면이나 세련된 액션 신을 대거 삽입해 관객들이 코미디 뿐 아니라 여러 장르의 느낌을 갖도록 했다는 것이다. 박상민 정웅인 정운택 김상중 등 주연급 배우들을 대거 기용해 볼거리도 강화했다.

"악역으로 나선 '공공의 적 2'가 흥행에 성공하기도 했지만 관객들은 저를 코미디 배우로 더 사랑하는 것 같아요. 코미디에 어울리지 않을 것같은 외모로 코미디를 한다는 의외성 때문이죠.실상 저는 웃기는 역할을 잘 하지는 못해요. 단지 웃음이 나오는 상황 속에 놓여 있을 뿐이죠.이 영화에서도 마찬가지예요. "

코미디에 자주 출연하는 것은 주위 사람들의 요청을 뿌리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그는 말했다. 이미지 관리를 위해 거절하면 '거만 떠는' 인상을 주게 될 게 뻔하고 그러면 사람마저 잃을까 두려웠다는 것이다.

그는 과거 호텔과 광고에이전시 등을 경영하면서 사람의 중요성을 절감했다고 덧붙였다.

"이번 영화에선 제작자를 겸한 만큼 출연 배우들과 '윈윈'하는 방식을 도입했어요. 제 스스로 개런티 5억원을 전액 투자로 돌렸고,다른 배우들도 개런티의 일부를 투자했습니다. 제작비를 낮추면서 참여자들이 흥행 수익을 더 가져갈 수 있게 한 거죠.촬영 장소도 인맥을 적극 동원해 지자체 등에서 무상으로 제공받아 임대료를 절감했죠.그 결과 당초 40억원이던 순제작비를 36억원으로 낮추고 나머지 4억원을 투자사 측에 돌려줬습니다. 제작비를 돌려준 것은 국내 제작사 중 처음입니다. "

그는 연말까지 멜로드라마와 공포스릴러 등 두 편의 영화에 출연할 계획이다. 배우로서 고정된 이미지는 좋지 않은 데다 지난해 주연한 멜로드라마 '내 생애 마지막 스캔들'이 일본에서 개봉된 이후 일본 팬들로부터 멜로드라마 출연요청이 쇄도했다고 한다.

유재혁 기자 / 임대철 인턴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