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과 내수 시장을 아우르는 실물경제가 예상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나빠지고 있다. 한국은행이 정책금리를 연 2.5% 수준으로 낮추고 정부가 신용보증기관을 통한 중소기업 지원을 늘리겠다고 나섰지만 일선 현장은 더 얼어붙는 분위기다. 지난주 쌍용자동차의 법정관리 신청은 고통스러운 기업 구조조정이 시작됐음을 알리는 신호탄이다. 쌍용차 직원은 물론 협력업체들의 연쇄 피해가 우려된다. 정부는 이번 주 중 채권단과 협의해 쌍용차 협력업체 지원 방안을 마련할 방침이다. 하지만 자동차 업계 전반이 어려움에 빠져 있어 실효성 있는 대책을 내놓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건설사 · 조선사에 대한 구조조정 작업도 본궤도에 오른다. 주채권은행들은 건설사와 조선사들의 재무제표 등을 제출받아 오는 16일까지 등급 분류를 매듭짓고 채권금융회사 간 이견 조정을 거친 뒤 23일까지 구조조정 대상을 확정짓기로 했다. 현장 실사 및 자료 검토에 많은 시간이 걸리고 채권금융회사 간 이견 조정도 쉽지 않아 16일까지 등급을 매기는 업무를 모두 마치기는 어렵지만 최대한 신속하게 진행하겠다는 것이 금융감독 당국과 채권단의 입장이다.

기업 구조조정이 본격화되면 실업 문제는 더 커질 수밖에 없다. 14일 발표되는 통계청의 '12월 고용동향'이 주목받는 이유다. 수출이 급격하게 감소한 지난해 말 상황이 반영된 것이어서 특히 관심을 끈다. 일부에서는 신규 취업자 수(전년 동기 대비 취업 증가 인원)가 지난해 말에 이미 마이너스로 돌아선 것 아니냐는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자금시장이 다소 개선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한국은행이 푼 돈이 실물경제로 잘 흘러가지 않고 있지만 신용등급이 A인 회사채 또는 기업어음(CP) 금리는 지난해 12월 초에 비해 1%포인트 이상 떨어졌다. 시중에 돈이 많아지면 신용도가 낮은 대기업과 중소기업에도 자금이 자연스럽게 흘러들어가는 '스필 오버'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통화당국은 기대하고 있다.

이번 주부터 발표되는 기업들의 4분기 실적도 중요하다. 14일 LG화학,15일 포스코 삼성물산 에스원,16일 LG디스플레이 대림산업 신세계 등이 경영실적을 발표할 예정이다.

대우조선해양 매각을 둘러싼 한화와 산업은행 간 줄다리기는 이번 주에도 계속될 전망이다. 산업은행이 사모펀드를 통해 한화가 보유한 자산을 매입하는 방식으로 자금을 간접 지원하겠다는 제안에 대해 한화 측이 어떤 대답을 할지 주목된다.

12일 열리는 한 · 일 정상회담에서는 글로벌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양국의 경제협력 방안이 어떤 형태로든 나올 것으로 기대된다.

경제부 차장 hyuns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