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회 지도부 만나 경기부양 협조 요청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오는 20일 취임일에 맞춰 발표할 초대형 경기부양책을 준비하고 있습니다.과연 경기부양 규모를 얼마로 책정할지 관심이 쏠리고 있는데요.그가 미 의회와의 첫 소통에서 어떤 성과를 얻어내느냐가 관건입니다.

이를 위해 오바마 당선인은 5일 오후(한국시간 6일 오전) 미 상원과 하원의 지도부와 만나 협조를 당부할 예정입니다.하지만 의회를 설득하는 작업이 만만치는 않을 듯합니다.민주당이야 당선인의 친정이니 과감한 경기부양에 찬성하고 있으나 공화당 지도부는 벌써부터 과다한 재정지출은 부담이라고 경고하고 나섰습니다.

미국 정부는 지난해 2월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승인해 세금환급을 위주로 한 1680억달러 규모의 1차 경기부양을 실시한 바 있는데요.그런데도 경기는 악화돼 지난해 8∼9월부터 2차 경기부양을 추진해야 한다는 주장이 꾸준히 나왔습니다.집권당인 공화당과 부시 대통령은 1차 부양 만으로 충분하다면서 2차 부양에 주저한 반면 민주당이 분위기를 띄웠지요.

당시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을 비롯한 민주당 의원들은 500억달러를 주장했습니다.대선 직전 오바마 대통령 후보는 1500억달러로 높여 약속했습니다.대선 이후에는 경제성장률이 가파르게 둔화되고 실업률마저 급등하자 오바마 당선인이 전기충격을 줘 경기를 벌떡 일으켜 세울 정도로 부양책을 늘리겠다고 다시 선언했습니다.한때 부양규모가 1조달러에 달할 것이라는 얘기가 흘러나왔으나 현재 6750억∼7750억달러선에서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오바마 당선인은 이 가운데 상당 부분을 도로,교량 건설과 보수 등 사회간접자본에 투자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사회간접자본 투자를 통한 최우선 목표는 일자리를 보존하거나 창출하는데 두기로 했는데요.그 목표를 당초 250만개에서 300만개로 늘려잡았습니다.지난해 11월 6.7%였던 미국의 실업률은 올해 8%까지 치솟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등 고용시장이 보통 심각한 게 아니기 때문입니다.오바마 당선인은 존 매케인 공화당 대선후보보다 경제를 더 잘 관리할 것이라는 기대를 잔뜩 받고 당선됐습니다.

재정지출 과다로 정부채무 급증 부담

가능한한 집권초기에 경제를 안정시켜야 하는 당선인으로선 다급한 노릇이나 공화당 지도부가 재정지출에 따른 부담을 우려하고 있는 것도 일리는 있는데요.미 유력지인 워싱턴포스트는 당선인이 추진하는 경기부양책 등을 포함하면 올해 이래저래 미 정부의 채무규모가 2조달러나 급증할 것으로 추정했습니다.현재 미 정부의 채무가 총 10조7000억달러인데 2조달러가 추가되면 GDP의 53% 수준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입니다.

게다가 경기부양 자금을 포함한 2조달러를 조달하는 문제가 있는데요.흔한 방법은 2조달러어치의 국채를 발행해 국내외 투자자들에게 파는 것이지요.미 국채는 여전히 가장 안전한 자산으로 통하고 있지만 채권금리가 계속 떨어지는 추세여서 투자매력은 전보다 못합니다.또 미 정부는 기존 채무 중 6조4000억달러를 민간 투자자들에게 채권을 팔아 조달했는데 이중 40%가 1년 안에 만기가 돌아오는 빚입니다.빚을 갚지 않고 만기를 연장하려면 이자를 더 높여줘야 하는 부담이 있습니다.지난해 미 정부가 지급한 채무 이자만 2500억달러에 달했습니다.

미 정부가 외부 채무에 의존하지 않고 재정지출을 늘리기 위해선 세금을 더 거두는 방법도 있습니다.한데 오바마 당선인은 그동안 중산층 세금을 낮춰주겠다고 약속해 왔습니다.그가 얼마나 지혜롭게 공화당을 설득해 만족할 만한 규모의 경기부양책을 마련하고,얼마나 수월하게 재원을 조달할지 지켜보는 일은 무척 흥미롭다고 하겠습니다.

워싱턴=김홍열 특파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