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서유지권 행사…네차례 충돌


새해 첫 주말인 3~4일 국회에서 격렬한 몸싸움이 벌어졌다. 국회 사무처가 본회의장 앞 로텐더홀에서 농성 중인 민주당과 민주노동당에 대해 강제 해산을 시도하면서다. 그러나 야당의 강력한 저항으로 해산 시도는 무산됐다.

국회 사무처는 국회의장의 질서유지권 발동 엿새 만인 지난 3일 낮 12시50분께 경위 및 방호원 140여명을 투입,1차 해산에 나섰다. 이어 이날 자정까지 총 4차례에 걸쳐 퇴거 작전을 펼쳤다. 주먹질과 발길질이 난무하는 폭력사태로 박병석 정책위 의장 등 민주당 의원 6명과 보좌진 및 당직자 40여명,그리고 국회 경위와 방호원 53명 등 100여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AP,로이터는 물론 아랍권의 알자지라까지 이 같은 폭력 상황을 실시간으로 타전하면서 국회는 또다시 국제적 망신거리가 됐다.

사무처는 4일에도 오전 7시와 오후 2시께 경위 50여명을 로텐더홀로 7~8분 동안 투입,민주당 측에 농성 해제를 촉구했다. 이날 물리적 충돌은 없었다. 그러나 경위들과 민주당 일부 의원이 말싸움을 벌이는 등 신경전은 계속됐다. 서갑원 의원은 농성 해제를 요구하는 경위의 마이크를 뺏은 후 "국회 경위가 감히 국회의원의 명예를 훼손했다. 이는 국회법이 규정한 직무 범위를 벗어난 정치 관여 행위"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급기야 경찰까지 동원됐다. 사무처는 "출입이 통제된 야당 보좌진들이 창문 등을 통해 본청으로 진입하는 등 불법행위가 속출해 국회 경비대 인력으로는 경비에 한계가 있다"며 영등포 경찰서에 증원을 요청했다. 이에 서울 경찰서 기동대 9개 중대 900여명이 국회 본청 건물 주변에 대한 경비를 시작했다.

이에 민주당은 "국회의장의 질서유지권이 경위와 경찰을 동원해 물리력을 행사할 수 있는 권한은 아니다"며 김 의장과 박계동 사무총장,어청수 경찰청장 등을 공무집행 방해 및 직권남용으로 검찰에 고발하기로 했다. 또 질서유지권에 대해 행사를 금지하는 가처분 신청도 내기로 했다. 4일 낮 12시께에는 최재성,조정식 민주당 의원이 본청에 김밥을 가지고 들어가려다 경찰의 제지를 받고 "누구의 지시냐,오버하지 말라"며 언성을 높이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4일 홍준표 한나라당,원혜영 민주당 원내대표 일행이 국회 의원회관 목욕탕에서 '깜짝' 조우하기도 했다. 양측은 20여분간 '물속 대화'를 나눴지만 의미있는 협상은 오가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원 원내대표가 "연말까지 처리한다고 했는데 어떻게 된 거냐"고 묻자 홍 원내대표가 "그 연말은 신정이 아니고 구정"이라며 뼈 있는 농담을 주고받았다.

한편 김 의장이 4일 오후 임시국회 회기 내 직권상정 불가 방침을 밝히고 민주당이 로텐더홀 점거 농성을 해제키로 하면서 이틀 동안 극도로 고조됐던 사무처와 야당 간의 긴장감은 다소 누그러졌다. 김정권 한나라당 원내대변인은 "민주당이 고장난 축음기처럼 똑같은 주장을 반복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창재/이준혁 기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