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ㆍ패션업계 "신뢰ㆍ희망 상징ㅷ올해 가장 어필할 컬러"


'증시에서 대형 우량주는 ○○칩,골프에서 챔피언티는 ○○티,위스키 '조니워커' 시리즈 중 최고급은 ○○라벨….'

공통으로 들어갈 말은 '블루'다. 블루칩,블루티,블루라벨처럼 블루 컬러는 '최고'의 이미지를 상징한다. 세계 최고의 요리학교명이자 요리와 관련된 각종 브랜드에서 최고를 의미하는 '코르동 블루(Cordon Bleu,프랑스어로 '파란 리본')의 '블루' 역시 같은 뉘앙스다.

이런 블루 컬러가 2009년 유행의 중심축으로 부상하고 있다. 트렌드에 민감한 패션업체들은 올 S/S(봄ㆍ여름) 시즌을 겨냥,블루톤의 패션 아이템들을 쏟아내고 있다. 최근 기업의 CI(기업 이미지 통합) 변경에서도 블루 컬러가 주류를 이룬다. 블루는 '고품격'과 '신뢰'의 이미지에다 파란 하늘이 상징하는 '희망'까지 담아 불황기에 가장 어필하는 색상으로 꼽힌다.



2009년은 블루 전성시대

새해 벽두인 3일 새 CI 선포식을 갖는 부산은행.19년 만에 CI를 변경하는 부산은행의 상징색도 블루다. 박영봉 부산은행 홍보부장은 "금융회사의 최고 덕목인 '신뢰'와 함께 '전문성'을 강조하기 위해 블루 컬러를 메인 색상으로 채택했다"고 설명했다.

'블루의 물결'은 명품 브랜드들의 올해 신제품 트렌드에서 뚜렷이 감지된다. 캘빈클라인,토즈,셀린느,엠마누엘 웅가로 등 명품 브랜들은 올 S/S 컬렉션에서 블루톤의 원피스와 스커트 가방 신발 등을 포인트 패션 아이템으로 내세우고 있다.

이탈리아 명품 '토즈'는 과장되지 않은 럭셔리 이미지를 나타내기 위해 블루 컬러의 '고미노 슈즈','도마뱀 가죽 로퍼','G-bag','헬멧백' 등을 선보였다. 토즈 관계자는 "블루톤은 스포츠룩이나 캐주얼 웨어 등 모든 의류에 쉽게 매치가 가능할 뿐만 아니라 한 가지 아이템으로도 충분한 멋을 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탈리아 명품 '코치넬리'도 블루를 올해 메인 컬러로 채택했다. 소가죽을 악어 가죽 느낌으로 살린 '잇(it)백'과 벨트 등이 대표적인 블루 계열 제품이다. 프랑스 패션 브랜드 '콤트와 데 코토니에'도 밝고 경쾌한 이미지의 터키블루,코발트블루를 신제품에 대거 적용하고 있다.


불황기 컬러마케팅의 화두

국내에선 란제리 브랜드 '비비안'이 봄시즌을 겨냥해 스카이블루 란제리를 내놨다. 란제리는 스킨색이 주류지만 화려함을 한층 부각시키고자 블루를 선택했다. 비비안은 지난해에는 20세 전후의 젊은 세대를 위한 브랜드 '블루비비(Blue vivi)'를 내놓기도 했다. 박종현 비비안 홍보실장은 "'블루'라는 단어를 통해 기존 '비비안'보다 좀 더 신선하고 젊은 느낌의 브랜드임을 부각시키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동일레나운의 골프복 브랜드 '아놀드파마'도 S/S시즌 신제품의 주력 컬러를 블루로 정했다. 또한 남성복에서는 그레이가 섞인 밝은 블루 계열인 '인더스트리얼 블루'군이 올해 리딩 컬러로 떠오를 것이란 관측이다.

광고계에서도 '블루'가 올해 컬러 마케팅의 화두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유제상 웰콤 부사장은 "파란색은 차분하면서도 강렬한 인상을 주는 '외유내강' 이미지가 강해 올해 광고의 배경화면이나 모델 의상으로 많이 활용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기업들도 무조건 튀는 컬러를 사용하기보다 차분한 자세로 어려움을 극복해 나가는 모습을 표현하기 위해 신중함을 나타내는 블루 계열을 선호한다"고 덧붙였다.


영원한 인기색 '블루'

독일의 대표적 작가 에바 헬러가 쓴 '색의 유혹'(예담)에 따르면 대중들의 호감도가 가장 높으면서 비호감도가 낮은 색상은 단연 '블루'다. 남자 46%,여자 44%가 파란색을 좋아한다. 반대로 파란색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은 남자 1%,여자 2%에 불과하다.

블루의 종류에는 인디고블루,울트라마린,코발트블루,터키블루,잉키블루,딥블루,스카이블루 등 무려 111가지에 달한다. 미세한 색상 차이에 따라 다양한 이름을 지녔지만 공통된 함의는 분명하다. '청사진''청운의 꿈''파랑새''블루 오션' 등에서 알 수 있듯이 블루는 밝은 미래,젊음,이상향 등을 상징한다.

서양의 삼원색처럼 동양에선 전통적으로 색을 홍ㆍ청ㆍ황ㆍ흑ㆍ백 등 5색으로 나눴다. 각각의 색이 방향을 뜻해 '오방색'으로도 불리는데,이 중 청색은 해 뜨는 '동쪽'을 상징한다. 김호연 홍익대 섬유미술과 교수는 "파란색은 대지를 둘러싼 하늘의 색이자 무한한 자원의 보고인 바다의 색으로 생명력을 나타낸다"고 설명했다.

안상미/최진석/김진수 기자 sara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