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이 31일 프랑스가 제안한 '48시간 휴전안'을 거부하며 가자지구에 대한 공습을 닷새째 지속했다. 이에 따라 이스라엘의 지상군 투입이 초읽기에 들어가는 등 가자지구에 다시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에후드 올메르트 이스라엘 총리는 안보 내각회의를 소집해 하마스와 48시간 동안 휴전에 들어가는 방안을 논의했지만 가자지구 공습을 계속하기로 결정했다고 AP통신 등 외신들이 보도했다. 올메르트 총리는 "상황이 무르익으면 외교적 해결책을 검토할 수 있겠지만 현재는 그렇지 않다"고 밝혔다. 에후드 바라크 이스라엘 국방장관은 "하마스가 휴전 이후 로켓포 공격을 중지한다는 보장이 없고 지하 땅굴을 통한 무기 등의 밀입을 막을 수 없어 휴전안은 비현실적"이라고 전했다.

이런 가운데 이스라엘군은 공군과 해군을 동원해 이날 가자지구와 이집트 접경의 지하 땅굴에 대한 공습을 계속했다. 이스라엘 정부는 예비군 2500명에 대한 추가 동원령도 승인했다. 희생자는 계속 늘어 27일 가자 공습이 시작된 이후 가자지구에서 민간인 60여명을 포함해 390명 이상 숨지고 1700여명이 부상을 입었다. 하마스 측의 반격도 거세져 이날 20발 이상의 로켓포 및 박격포 공격이 이스라엘 남부 도시에 이어졌다.

국제사회의 중재 노력도 본격화하고 있다. 그동안 침묵을 지켰던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전날 마무드 아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 및 살람 파예드 팔레스타인 총리 등과의 통화를 통해 하마스에 휴전 합의를 촉구했다. EU(유럽연합) 외무장관들도 전날 프랑스 파리에서 긴급회의를 열고 '영구적인 휴전'을 촉구하는 공동성명을 채택했다.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은 새해 첫날 파리에서 리브니 이스라엘 외무장관과 회담을 하는 데 이어 5일엔 이스라엘을 방문할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시사주간지 뉴스위크는 "이번 이스라엘의 군사 작전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 이전에 하마스의 저항을 무력화시키기 위한 '벼랑끝' 전술로 보인다"며 "이스라엘이 외교적 협상 과정에서 마지막 카드로 써야 할 대대적인 군사 작전을 감행함에 따라 국제사회로부터 고립되고 아랍권의 저항에 부딪쳐 자칫 망국의 길로 향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유병연/서기열 기자 yoob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