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적인 '캐시카우(현금창출원)'업종으로 꼽혔던 정유사업도 '어둠의 시대(다크 에이지)'로 진입하고 있다는 회의적 전망이 흘러나온다. 정제마진 축소와 글로벌 경제침체에 따른 수요부진이 겹쳐 정유산업의 장기불황을 예고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정유사들은 장기불황에 대비한 처방전으로 글로벌 사업 강화와 미래먹거리 발굴에 매달리고 있다.

신헌철 SK에너지 부회장은 "동지가 되면 가장 밤이 길지만 이때부터 밤은 짧아지기 시작한다"며 "기회는 위기와 함께 찾아온다"고 강조했다. 신 부회장은 자원개발과 제품 수출 등 해외시장 개척을 비롯 신ㆍ재생에너지에 대한 공격투자,공장 효율성 제고작업,마케팅 능력 제고,제품 차별화 등을 해법으로 제시했다.

지난해 사상 최대 수출실적을 올리며 대한민국 수출 대표업종으로 자리잡은 정유업체들은 해외 네트워크 활동 강화,고도화 설비 증설 등으로 새해에도 수출 '드라이브'를 강하게 건다는 전략이다.

현재 국내 정유사들은 향후 2~3년 이내 가동을 목표로 '지상유전'이라 불리는 고도화설비 증설에 나서고 있다. SK에너지는 2011년 6월까지 1조5000억원을 들여 인천공장에 하루 4만배럴 생산 규모의 고도화시설을 추가 증설 중이다. 이 공장이 완공되면 SK에너지 고도화 비율은 기존 14.5%에서 17.6%로 높아지며 하루 생산량도 20만배럴 이상으로 확대된다. GS칼텍스는 총 3조원을 투자해 제3중질유분해 탈황시설을 건설하고 있다. 이 시설은 하루 11만3000배럴 규모다. 현대오일뱅크 역시 2011년 7월 상업가동을 목표로 대산석유화학단지에 고도화설비를 증설 중이다. 이런 고도화 설비 증설은 정유업체들의 수출량 증가에 큰 기여를 할 것으로 전망된다.

해외 자원개발 사업도 한층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하루 원유생산량이 3만5000배럴을 돌파한 SK에너지는 새해에도 자원개발 사업을 확대하기 위해 중남미 등 주요 거점 지역을 중심으로 신규사업 참여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최근 5년간 20개의 광구사업에 참여한 SK에너지는 새해에는 적어도 예년 수준 이상의 광구사업에 참여한다는 전략을 세워놓고 있다. 유망광구 매입에 적극 나서는 것은 물론 전문인력 확보 및 육성을 통해 글로벌 석유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는 기반을 갖춰 나간다는 계획이다.

베트남 태국 캄보디아 등 동남아 지역 광구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GS칼텍스는 이들 지역에서 새로운 지역으로 사업영역을 넓혀 나갈 것으로 보인다. GS칼텍스는 현재 중동 CIS 등 유망지역에 대한 진출을 추진 중이다.

'미래 녹색성장' 관련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강화하는 것도 정유업계의 숙제다. SK에너지는 지난해 친환경 플라스틱 소재,무공해 석탄에너지,리튬 배터리,바이오부탄올 등에 대한 생산 기술개발을 중점 추진 분야로 선정해 놓았다. 또 친환경 경영추세에 맞춰 산업현장 곳곳에서 온실가스 감축과 에너지 절약을 위한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GS칼텍스 역시 축적된 연료전지 관련 노하우를 토대로 가정용 연료전지와 상업시설용 연료전지 개발에 주력하는 한편 연료전지 자동차를 위한 수소스테이션으로 연구대상을 넓히고 있다. 탄소소재,박막전지 개발,바이오부탄올 생산균주 개발 등도 강화해 나갈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위기는 내실을 다지고 경쟁력을 확보하도록 하는 체질 개선의 기회"라며 "전 세계적으로 석유 및 정유업체들의 시장개편이 진행될 것으로 보이는 상황에서 국내 정유업체들의 적극적인 글로벌 사업 및 미래성장동력 개발은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손성태 기자 mrhan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