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승수 국무총리가 지난 29일 경북 안동시 '4대강 살리기 사업 착공식'에 참석하러 가는 길에 예천군청을 '전격' 방문했다. 하루 전날 급하게 만들어진 일정이었다. 때문에 이날 아침 총리 일행의 서울 출발 시간도 30분 앞당겨졌다.

예천군에 들어선 총리 일행을 맞은 것은 '총리님 일행을 환영합니다'라는 큰 현수막이었다. 연도에는 이른 시간인 데도 많은 시민들이 나와 총리 일행을 태운 두 대의 버스에 손을 흔들었다.

군청으로 들어서니 김수남 예천군수를 비롯 김관용 경북지사,윤재옥 경북경찰청장, 이한성 한나라당 의원(지역구) 등 지역 유지들이 도열해 있었다. 이들의 환영을 받고 총리 일행은 곧바로 군청 회의장으로 갔다. 김 군수가 "평소 존경하옵는 한 총리님의 군청 방문을 더 없는 영광으로 생각한다"는 말로 보고를 시작했다. 그는 빠른 템포로 17장의 파워 포인트를 읽어 내려갔다. 한 총리의 체류시간이 길어야 30분도 안 되기 때문이다. 보고는 채 8분도 안 걸렸다. 여러 내용이 있었으나 핵심은 맨 마지막에 있는 4가지 건의 사항.

내용은 안동~예천 간 낙동강 정비사업을 시범사업으로 우선 지원해 달라는 것과 수도권 및 경북내륙 지역을 관통하는 중부내륙 철도망을 건설해 달라는 것,그리고 군내 국도 28호선 4차선 확ㆍ포장 사업비(100억원)와 감천면 덕율리 지역 저수지 개발 사업비(58억원)를 지원해 달라는 것이었다.

한 총리는 문경ㆍ예천이 지역구인 이한성 의원을 보면서 "이 의원만 있으면 예천에 안되는 게 없다고 하더라"고 군청을 방문하게 된 사연을 간접 설명한 뒤 본론으로 들어갔다. 한 총리는 국도 확ㆍ포장 사업과 관련해선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에게 즉석에서 '적극 검토'를 지시했다.

저수지 건설사업과 관련해서도 '돌아가서 최선을 다해 검토하겠다'고 약속했다. 예천군청이 여러 해 공들였던 지역 민원사업에 대한 선물이었다. 한 총리는 나머지 두 가지 사안도 다른 사업들과 함께 검토돼야 할 사항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내년 상반기가 실물경제 최저점이 될 것으로 보고 경기부양을 위해 재정투자의 속도전을 강조하고 있다. 일선에서 어떤 식으로 예산사업이 속도를 내고 있는지 볼 수 있는 광경이었다.

박수진 정치부 기자 notwom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