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지도부를 향해 퍼펙트스톰(perfect storm.거대 폭풍)이 몰려가고 있다. '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최신호(12월22일)에서 중국의 후진타오 국가주석과 원자바오 총리가 내년에 집권 6년 만에 가장 쓰라린 시기를 맞이할 것이라며 이같이 보도했다. 공산당의 장기 집권을 뒷받침해온 고성장이 크게 위협받고 있는 상황에서 내년에는 공산당의 문제점을 부각시킬 정치적으로 민감한 기념일이 줄지어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우선 내년 3월10일은 티베트 무장봉기 50주년이다. 티베트의 정신적 지도자 달라이 라마가 인도로 망명한 날이기도 하다. 지난해 3월14일 티베트에서 발생한 유혈사태 이후에도 티베트의 독립 의지는 사그라지지 않았다고 이코노미스트는 전했다. 6월4일은 톈안먼사태 20주년이 된다. 최근 300여명의 지식인들이 획기적인 정치 개혁을 요구하는 문건에 연대 서명하는 등 일당 독재의 중국 정치체제에 대한 변화 요구가 거세지고 있다. 톈안먼 20주년은 이 같은 요구를 증폭시킬 개연성이 있다는 지적이다.

이어 7월22일은 파룬궁이 중국에서 불법화된 지 꼭 10년째 되는 날이다. 중국 당국은 파룬궁이 단순 종교라기보다는 반체제 세력의 구심점이 될 수 있다는 의혹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10월1일은 중국 건국 60주년이 되는 날로,중국 지도부가 1999년 이후 처음으로 군사 퍼레이드를 벌여 힘을 과시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는 티베트와 신장위구르 자치구 내의 독립세력에 대한 강한 응징 의지로 비쳐질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이 같은 정치체제 위기는 경제위기로 더욱 부각될 전망이다. 당장 내년 1월 말 춘절(설) 이후 대규모 실업 시위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대도시에서 일자리를 잃은 농민공(농촌 출신 도시노동자)들이 대거 귀향길에 올랐지만 춘절 이후 이들이 다시 일자리를 찾아 대도시로 나올 수 있고,이 경우 이들의 불만이 사회 소요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내년 3월5일 개막하는 전인대(국회) 전체회의에서는 경제위기의 책임론을 둘러싸고 논란이 예상된다.

거수기로 폄하되던 전인대에서 책임론 제기는 사회 불만을 누그러뜨리기 위한 제스처가 될 것이라는 해석이 벌써부터 나온다.

이코노미스트는 하지만 10년 전 아시아 외환위기때 붕국이 인프라 건설에 대대적으로 투자하는 경기부양책으로 정치 불안없이 경제위기를 극복했다며 이번에도 잘 대처할 것이란 낙관론도 있다고 전했다.


오광진 기자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