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 예측기관과 증권사들의 새해 전망이 마무리됐다. 한마디로 경기도 주가도 비관적이어서 새해엔 이런 예측이 들어맞지 않았으면 하는 반발심리까지 나올 정도다. 며칠 전 강연회에서 만난 투자자는 '새해에는 올해처럼 주가 냄비예측이 틀렸으면…'하는 바람을 전하기도 했다.

다행히 그럴 가능성이 있어 한 가닥 희망을 걸어본다. 올해 예측기관과 증권사들이 내놓은 성장률과 주가 예측치를 보면 모 국회의원의 말처럼 '찍는' 수준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보통 사람들의 예상과 별반 차이가 없다는 의미다. 1년 전 이맘때 발표했던 올해 주가 예상치(코스피지수 기준)를 보면 최고 수준은 대부분 2300을 넘을 것으로 봤고, 최저 수준이 1500 밑으로 떨어질 것으로 봤던 증권사는 없었다.

절대오차(예상치-실적치) 등과 같은 예측력을 평가하는 통계기법을 동원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올해 예측치가 얼마나 틀렸는지는 쉽게 알 수 있다. 예측이 틀리기는 외국기관들도 마찬가지다. 지난 7월 유가가 147달러에 이르자 골드만삭스는 조만간 200억달러를 넘을 것이라 예상했지만 잉크가 채 마르기도 전인 최근에는 30달러 붕괴를 위협받고 있는 게 현실이다.

예측을 하는 목적 중의 하나는 투자자와 경제주체들을 안내(guide)하는 역할이다. 이 목적을 제대로 수행하기 위해선 '주가 상승(경기 회복) 혹은 주가 하락(경기 침체)' 추세는 맞아야 하고,실적치에 대비한 예상 오차율이 최소한 30% 범위를 벗어나지 말아야 한다. 이런 요건을 충족하는 올해 예측치는 거의 전무했다.

왜 이런 현상이 발생하까. 모든 예측을 하는 데 있어 '최근 효과(recency effect)'가 작용한다. 예측자의 행태상 10년 전보다 직전년도의 상황에 더 큰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특히 추세가 바뀌거나 모기지 사태처럼 이전에 비슷한 사건이 없을 때는 예측이 크게 틀린다.

올해 예측기관과 증권사들의 예측이 틀린 것도 지난해 이맘때가 워낙 좋았기 때문이다. 또 새해 경기와 주가가 비관적으로 전망되는 것은 예측 시점인 지금의 상황이 너무 안 좋은 데다 올해 많이 틀린 예측기관들의 신중한 태도가 커다란 요인이다.

흔히 좋을 때는 앞날을 너무 좋게 보고 나쁠 때는 더 나쁘게 보는 것을 '냄비 예측 또는 천수답 예측'이라 부른다. 불을 가하느냐 여부에 따라 쉽게 끓고 식는 냄비의 속성과 농사를 지을 때 하늘만 바라보는 농법에 비유된 용어다.

투자자와 경제주체들에게 안내해 주는 역할 이상으로 선제적 방어기능도 경기와 주가를 예측하는 중요한 목적 중의 하나다. 특히 최근처럼 심리가 경제활동에 차지하는 비중이 커지고 경기나 주가가 비관적으로 예측되는 상황에서 이 기능은 매우 중요하다. 예를 들어 새해 코스피지수가 700선으로 추락할 것으로 예상된다면 실제 주가가 이 수준에 가지 않도록 하는 선제적 방어노력이 필요하다.

일부 전문가처럼 주가를 아주 비관적으로 예측해 놓고 실제 주가가 이 수준에 가도록 몰아가 실제로 맞췄을 경우 해당 전문가는 '족집게'라는 칭호와 함께 스타가 될지 모르지만 그 과정에서 다른 사람들은 엄청난 재산상의 손실을 보게 되고 경제는 더 어렵게 되는 '외부 불경제 효과(dis-external effect)'가 발생한다.

예측은 정확해야 하고 너무 낙관 혹은 비관적인 예측은 실제로 그렇게 되지 않도록 사전에 막아야 한다면 서로 모순되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있을 수 있다. 이 때문에 예측은 어려운 일이고 예측기관과 증권사들을 이해해야 할 대목이다. 또 예측치를 평가하는 데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거나 빗나간 예측에 대해 너무 경직되게 해석하는 것을 피해야 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모든 예측이 갖는 사유재와 공공재 성격을 살리기 위해선 민간 예측기관과 증권사에 맡겨서는 한계가 있다. 차제에 반관반민의 성격이 짙은 증권연구원 등을 세계적인 기관으로 육성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할 때다. 이것이야말로 남을 탓하지 않으면서 '자기책임의 원칙'이 지켜지는 자본시장 선진화의 지름길이 아닌가 생각한다.

한상춘 객원논설위원 sc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