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밤 남성들의 수염이 자랄 것을 생각하면 힘이 난다. "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의 말이다. 버핏이 난데없이 남성들의 수염에 힘이 나는 이유는 뭘까. 그에게 가장 많은 돈을 벌어다 준 종목이 코카콜라와 함께 세계 최대 면도기업체 '질레트'이기 때문이다. 매일 아침 전 세계 25억명의 남성이 면도를 하며,그 중 12억명이 질레트를 쓴다는 게 버핏의 투자 이유다.

여성이 화장으로 하루를 시작하듯,남성의 아침은 면도로 출발한다. 그래서 대학 진학이나 사회에 진출하는 남성들에게 가장 무난한 선물로 면도기를 꼽는다. 실제로 면도기는 선물 시즌인 12월과 1월 판매량이 평소보다 30%가량 많다. 유통업체 상품기획자(MD)들로부터 면도기 구입ㆍ관리 요령을 들어 봤다.

◆수염 형태에 따라 진동식ㆍ회전식 선택

전기 면도기는 진동식과 회전식으로 나뉜다. 진동식은 피부에 닿는 면도날(헤드)이 좌우로 움직이며,수염을 깎는 기능(절삭력)이 회전식보다 우수한 게 장점이다. 특히 수염이 두껍거나 뻣뻣한 사람에게 적합하며 긴 수염도 말끔하게 깎인다. 하지만 진동과 소음이 크고 면도날이 하나여서 마모가 상대적으로 빠른 단점도 있다.

진동식을 채택한 대표적 브랜드가 '브라운'이다. '브라운 시리즈5 스타일리시 전기면도기 550'(19만8400원)은 면도할 때 헤드를 얼굴의 굴곡 진 부분에선 움직이게 하고,평평한 부분은 고정시킬 수 있는 게 특징이다. '브라운 시리즈7 퍼펙트 음파 전기면도기 720'(24만6400원)은 진동의 일종인 음파를 발생해 누워 있는 수염을 일으켜 세워 깎아 준다. 역시 진동식을 채택한 파나소닉의 'ES8113'(16만7200원)은 턱의 굴곡에 따라 날이 위ㆍ아래,좌ㆍ우로 움직여 절삭력이 우수하다.

회전식 면도기는 헤드가 원형이다. 2~3개의 날이 회전하며 수염을 깎는다. 곱슬곱슬한 수염에는 회전식을 추천할 만하다. 피부 손상이 적고 면도날이 여러 개라 진동식보다 마모가 덜하다. 하지만 진동식보다 절삭력이 다소 떨어지고 긴 수염은 잘 깎이지 않는 게 흠이다. 가장 인기 모델은 '필립스 아키텍 세날면도기 RQ1060'(27만9200원).진동이 적고 헤드가 360도로 움직여 얼굴의 굴곡이 많은 부분도 밀착해 면도할 수 있다. 필립스의 다른 제품들도 액정표시 등 부가 기능에 차이가 있을 뿐 면도날은 거의 같다.

◆자동 세척ㆍ컨디셔너 등 추가 기능도

면도날의 형태를 결정했다면 다음은 면도기의 추가 사양을 살펴봐야 한다. 습한 욕실에서 사용하는 면도기는 세균이 번식하기 쉬워 피부 트러블의 원인이 된다. 민감한 피부라면 자동 살균ㆍ세척 기능을 갖춘 제품을 고려해 볼 만하다. 다만 이런 면도기는 대개 30만원대로 비싼 편이고,전용 세정액을 따로 구입해 2~3주마다 갈아 줘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3개월가량 쓸 수 있는 세정액은 한 통(300㎖)에 7000~9000원이다.

'브라운 시리즈7 퍼펙트 음파 전기면도기 760CC'(31만8400원)는 자동 살균ㆍ세척 기능이 있다. 면도기를 클리닝 스테이션에 올려놓고 버튼만 누르면 피지 잔여물까지 제거해 위생적으로 관리해 준다. 가장 가격이 높은 '필립스 아키텍 RQ1095'(39만9200원)도 세척기가 포함돼 있다.

피부 관리에 예민한 그루밍 족이라면 피부보호 셰이빙 컨디셔너가 탑재된 제품을 권할 만하다. 스탠드형 충전기를 함께 구성한 '필립스 모이스처라이징 세날 방수 면도기 HS-8060'(22만3200원)은 면도기에 자동으로 컨디셔너를 보충해 주고 충전도 된다.

◆실속파에는 날 면도기

전기 면도기는 일부 방수 제품을 제외하곤 물과 함께 쓰이지 않아 건식 면도기라고 부른다. 반면 날 면도기로도 불리는 습식 면도기는 흔히 샤워나 세안할 때 쓰며 가격도 저렴하다. 최근에는 진동 효과가 있는 날 면도기도 나왔다.

대표적인 날 면도기 브랜드로는 질레트,쉬크,도루코가 있다. 브랜드별 차이는 질레트가 대부분 5중 날,쉬크는 4중 날이며 국내 브랜드 도루코는 6중 날을 내세우고 있다.


질레트 면도기는 상대적으로 날이 촘촘해 초보자의 경우 날에 베이기 쉬운 대신 그만큼 밀착형이기 때문에 털이 많고 얇거나 수염이 곱슬곱슬한 사람에게 편리하다. 대표 제품인 '질레트 퓨전파워 팬텀 면도기'(1만5000원)는 버튼을 누르면 진동하면서 수염이 깎이고 8분 뒤면 자동으로 전원이 꺼지는 타이머 기능도 있다.

쉬크는 '쿼트로4 티타늄 트리머 면도기'(1만4900원)가 최근 주력 제품.털이 굵고 강한 사람에게 적합하다. 또한 하단에 트리머가 달려 있어 수염과 구레나룻 정리도 가능하다. 그러나 4중 날이라 상대적으로 밀착감이 낮은 게 흠이다.

도루코의 '페이스6'는 세계 최초의 6중 날 면도기이다. 일반 면도날의 두께가 평균 0.1㎜인 데 반해 이 제품은 0.075㎜에 불과해 수염이 더 잘 깎인다는 게 도루코 측 설명이다. 면도날 밑부분에 탄성고무 재질의 '가드 바'를 장착,누워 있는 수염을 일으켜 세우는 역할을 한다. 가격도 1만1900원으로 가장 저렴하다.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

도움말=왕희진 롯데홈쇼핑 디지털가전팀 상품기획자

박영근 G마켓 생활용품 카테고리 매니저


< 면도기 구입할 때는 >

◆물 없이 사용하는 건식 면도기,샤워나 세면 시 바로 면도할 수 있는 습식 면도기 중 자신의 생활 패턴에 적합한 것을 고른다.

◆피부 트러블이 있다면 피부에 자극을 줄 수 있는 일자형보다 원형 면도날을 채용한 제품이 좋다.

◆손에 들고 사용하는 제품이므로 잡았을 때 편해야 한다. 전기면도기는 대부분 수입 제품이므로 서양인의 손 크기에 맞게 디자인돼 있다. 따라서 구입 전에 직접 손으로 잡아보는 게 좋다. 손잡이 부분이 미끄럽거나 너무 무거운 제품은 좋지 않다.

◆면도날,안전망,배터리 등은 모두 소모성 부품이므로 애프터서비스(AS)도 중요하다. 전기면도기의 무상 AS는 보통 1년이지만 제품에 따라 2년간 서비스하는 경우도 있다. 잘 확인하면 추가 비용을 줄일 수 있다.


< 면도기 오래 쓰려면 >

◆면도날 교체 시기를 지키는 게 좋다. 수염 양과 면도 횟수 등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전기면도기의 경우 진동식은 18개월,회전식은 24개월에 한 번씩 날을 갈아주는 게 좋다. 습식 면도기는 3중 날은 15회,4중 날은 20회,5중 날은 25회 정도 사용한 후 면도날을 교체하는 것이 적당하다.

◆면도기에 남아 있는 수염 찌꺼기,각질 등은 피부 트러블의 원인이 되며 면도날을 자주 교체하게 만든다. 면도 후 흐르는 물에 깨끗이 씻은 후 통풍이 잘 되는 곳에 면도기를 세워 건조시킨다.

◆면도 전 세안도 필수.세안하지 않은 피부에 묻어 있는 피지 땀 노폐물은 면도기 수명을 단축시키는 주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