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말 첫선 후 67만부 판매

직장생활에 지친 일본의 젊은이들이 사무실을 배경으로 한 만화에 열광하고 있다.

영국 텔레그래프 인터넷판은 25일 사무실 소재 만화가 일본의 젊은 직장인들 사이에 새로운 오락 장르로 떠오르고 있다고 전했다. 최근 사무실 만화 가운데 가장 인기를 누리고 있는 것은 일본 직장인의 시련과 고민을 코믹하게 담은 '나는 오타리맨'.'오타리맨'은 개인적인 취미에 몰입하는 일본어 '오타쿠'와,월급쟁이를 뜻하는 '샐러리맨'의 합성어다. 30세의 평범한 시스템 엔지니어인 마코토 요시타니의 자전적 이야기를 그린 이 만화는 지난해말 첫선을 보인 이후 67만부나 팔려 나갔다.

또 직장과 개인생활 사이에서 균형을 잡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을 그린 '하타라키맨(워킹맨)'시리즈도 인기를 끌고 있다.

직장생활에 지친 일본 젊은이들이 왜 하필 사무실 만화에 심취하는 것일까. 롤랜드 켈츠 도쿄대 교수는 "이런 만화가 앞 세대와 달리 불안정한 고용환경에 놓인 일본 직장인들의 욕구에 부응하고 있다"며 "그들은 자연스레 자신의 어려움을 담은 만화에 끌리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나는 오타리맨'의 작가인 요시타니는 "21세기 일본 직장의 현실,즉 직장인으로서의 삶과 오타쿠로서의 삶 사이에서 갈등하는 젊은이들의 모습을 그리려 했다"고 말했다. 만화의 주요 독자층이기도 한 '오타리맨'은 하루중 대부분의 시간을 직장에서 보내면서 다른 사람과 관계에 어려움을 겪는 젊은 직장인을 뜻하는 신조어로 자리잡고 있기도 하다. 요시타니는 "만화 이야기가 우습게 그려졌지만 그 밑바탕의 주제는 심각한 현실"이라며 "많은 독자가 만화를 보면서 자신의 이야기라고 공감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도쿄=차병석 특파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