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마지막 회의는 '위기 극복 사례 연구'
"설비ㆍ마케팅 등 미래투자 아끼지 말아야"


삼성 사장단이 과거 위기를 극복한 기업들의 사례를 공유하는 것으로 올해 마지막 사장단 회의를 마무리했다. 사장단은 세계 경제가 내년 상반기 저점을 지나 하반기부터 'U자형'으로 회복될 것으로 의견을 모았다. 위기 뒤에 찾아오는 오는 기회에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는 데도 인식을 같이 했다.

◆"경제위기를 재도약의 계기로"

삼성은 24일 이윤우 삼성전자 부회장 주재로 올해 마지막 수요 사장단 회의를 열어 '위기 대응' 등에 대해 논의했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30여명의 CEO들은 정구현 삼성경제연구소장으로부터 '위기 대응 경영전략 벤치마킹'이란 주제의 강연을 듣고 내년도 사업전략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삼성 관계자는 "마지막 사장단 회의의 주제를 위기 대응으로 잡은 것은 삼성 계열사 대부분이 현재의 경제 위기를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다는 뜻"이라고 전했다.

정 소장은 IBM,도요타,GE,미탈,쿠쿠 등 위기를 기회로 삼은 기업들의 사례를 소개했다. 삼성 관계자는 "외환위기로 전 산업계가 몸살을 앓던 1998년 브랜드 구축에 나서 1년 반만에 전기밥솥 시장 1위에 오른 중소기업 쿠쿠 등 삼성 계열사들에 참고가 될만한 다양한 기업의 사례가 다뤄졌다"고 말했다.


◆"어렵다고 시설투자 마케팅 줄이면 곤란"

정 소장은 위기를 기회로 만든 기업들의 공통점을 △선택과 집중 △중앙돌파형 리더십 △상생협력 △전략적 비용관리 등으로 요약했다. 이어 위기 뒤에 찾아오는 기회를 잡기 위해서는 사전에 철저히 준비를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는 '중앙돌파형 리더십'은 CEO가 임직원들에게 명확한 비전과 목표를 제시하고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기 위한 의욕을 북돋아 줘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임직원들이 가지고 있는 불안함을 생산적인 에너지로 바꿀 수 있는지 여부에 따라 기업의 운명이 달라진다고 강조했다. 위기라고 해서 기존에 추구했던 가치를 훼손하는 일은 없어야한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전략적 비용관리'는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구조적인 낭비요소를 제거하라는 뜻이라고 소개했다. 정 소장은 "위기에 봉착한 기업들의 상당수가 설비 투자액이나 마케팅 비용을 삭감하는데 이는 잘못된 생각"이라며 "미래를 위한 투자에 인색하면 위기가 끝났을 때 기회를 잡을 수 없다"고 덧붙였다. 그는 일본 도요타를 구조적인 낭비요소를 제거한 사례로 꼽았다. 도요타는 여러개의 고가부품을 하나의 모듈로 통합하고 공정의 효율성을 높이는 방법으로 28억달러를 절감,이를 연구ㆍ개발(R&D)에 투자했다고 설명했다.

◆"내년 하반기부터 경기회복"

정 소장은 내년 하반기부터 경기가 풀리기 시작,2010년 중 완전히 경기침체에서 벗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난해 12월부터 미국을 시작으로 나타난 경기침체의 수명은 24개월 정도라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각국 정부가 자국 산업의 보호를 위해 적극적으로 경제에 개입하는 현상은 내년에도 계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정 소장은 각국 정부의 행태를 다용도 칼인 '스위스아미 나이프'에 비유했다. 가위 칼,손톱깍기 드라이버 등 다양한 도구가 들어있는 '스위스아미 나이프'처럼 각국 정부가 경기 부양을 위해 가능한 모든 정책적 수단을 한꺼번에 쏟아낼 것이라는 의미다.

정 소장은 "한국 기업들은 내년을 '바닥 다지기'의 해로 삼아야 한다"며 "상반기에는 군살을 빼고 하반기부터는 다가올 기회에 대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한편 삼성 전 계열사는 내년 1월2일 오전 8시 대외적으로 삼성을 대표하고 있는 이수빈 삼성생명 회장의 신년사를 시작으로 일제히 업무에 들어갈 예정이다. 삼성 관계자는 "내년 고용과 투자계획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으며 사장단과 임원인사는 1월 중ㆍ하순경 예년과 비슷한 규모로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