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이경규가 누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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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소미 <더모델즈대표 somi7@paran.com>
언제부터인가 바쁜 일상 때문에 일 외의 것들은 송두리째 놓치고 사는 것은 아닌가 하는 두려움도 들었다. 한 시즌에 지구 두 바퀴를 돌 정도로 바쁜 패션쇼 연출의 삶은 팍팍하다. 일상도 다르지 않다. 하루 일이 끝나고 집에 돌아가면 보통 오후 11시가 넘는다. 그러다 보니 요즘 유행하는 TV 프로그램이 무엇인지, 뜨는 유명인이 누구인지 알 길이 없다. 그래서 벌어지는 웃지 못할 일들도 많다.
서울컬렉션 때 일이다. 10여일 동안 국내 내로라하는 디자이너들이 참여해 두 곳으로 나뉘어 한 장소에서 2시간 간격으로 4~5명씩 무대를 선보이는 컬렉션의 마지막 날,세 번째 디자이너의 무대가 늦어지는 바람에 네 번째 무대는 시작 전 리허설도 못한 채 이미 10분이나 지나 있었다. 이미 9일 동안 여기저기 뛰어다니며 지쳐 있던 필자는 세 번째 무대를 간신히 마치고 황급히 컬렉션 현장으로 달려갔다. 디자이너는 잔뜩 신경이 곤두선 표정으로 "유재석이 1번으로 나와야 한다"고 했다. "유재석이 탤런트예요? 가수예요?" 하고 되물으니 디자이너는 어이가 없다는 표정이었다. 자세히 설명 들을 틈도 없어 바로 무대로 뛰어 올라가 모델들의 무대 연출 구성에 들어갔다. 리허설도 못했고 시작 시간은 늦어졌으니 조급한 마음이 어디 이를 데 없었다.
그런데 이게 어찌된 일인가? 20여명의 여자 모델들 앞에 평범한 1번으로 나온다고 했던 유재석씨를 포함해 아저씨 같은 남자 3~4명이 서 있는 것이 아닌가. 거기다 왜 그렇게 사방에서 카메라를 들이대는지.혼란스럽고 바쁜 와중이라 예의 차릴 여유도 없이 "카메라 비켜!"라고 소리를 치고는 모델 같지 않은 아저씨들(?)에게 "죄송하지만 이름을 모르니 연예인 1,2,3,4,5번으로 부를게요. 자 연예인 1번!" 하면서 바로 무대 연출에 들어갔다. 그리고 1주일이 지나 무한도전이라는 프로그램을 보면서 그때 그 아저씨들이 지금 최고의 인기를 누리는 개그맨이라는 사실을 알았다. 평소 텔레비전 볼 여유조차 없이 살다 보니 생긴 어처구니없는 에피소드다. 한번은 이런 일도 있었다. 존경하던 어른이 교통사고로 병원에 입원해 병문안을 갔는데 어디서 많이 본 듯한 얼굴이 있는 것이다. 인사라도 드리려고 "낯이 익어서.어디서 많이 뵌 분 같은데요"라며 말을 건넸다. 그런데 알고 보니 그는 우리나라에서 간첩 빼고는 다 알 법한 개그맨 이경규씨였다.
유명한 연예인조차 알아보지 못한다고 해서 큰 일 나는 것은 아니지만,그것이 마음의 여유가 없음은 아닌지 되돌아보게 되었다. 가끔은 자신을 위해 혼자 있는 시간을 가져볼 법하다. 일에 몰입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틈틈이 자신을 돌아보고 마음을 다스리는 여유도 가져야 함을 나이 한 살 더 먹을 때마다 깊이 실감한다. 그것은 늦게 가는 것이 아니라 더 멀리 가기 위한 준비 동작이다.
언제부터인가 바쁜 일상 때문에 일 외의 것들은 송두리째 놓치고 사는 것은 아닌가 하는 두려움도 들었다. 한 시즌에 지구 두 바퀴를 돌 정도로 바쁜 패션쇼 연출의 삶은 팍팍하다. 일상도 다르지 않다. 하루 일이 끝나고 집에 돌아가면 보통 오후 11시가 넘는다. 그러다 보니 요즘 유행하는 TV 프로그램이 무엇인지, 뜨는 유명인이 누구인지 알 길이 없다. 그래서 벌어지는 웃지 못할 일들도 많다.
서울컬렉션 때 일이다. 10여일 동안 국내 내로라하는 디자이너들이 참여해 두 곳으로 나뉘어 한 장소에서 2시간 간격으로 4~5명씩 무대를 선보이는 컬렉션의 마지막 날,세 번째 디자이너의 무대가 늦어지는 바람에 네 번째 무대는 시작 전 리허설도 못한 채 이미 10분이나 지나 있었다. 이미 9일 동안 여기저기 뛰어다니며 지쳐 있던 필자는 세 번째 무대를 간신히 마치고 황급히 컬렉션 현장으로 달려갔다. 디자이너는 잔뜩 신경이 곤두선 표정으로 "유재석이 1번으로 나와야 한다"고 했다. "유재석이 탤런트예요? 가수예요?" 하고 되물으니 디자이너는 어이가 없다는 표정이었다. 자세히 설명 들을 틈도 없어 바로 무대로 뛰어 올라가 모델들의 무대 연출 구성에 들어갔다. 리허설도 못했고 시작 시간은 늦어졌으니 조급한 마음이 어디 이를 데 없었다.
그런데 이게 어찌된 일인가? 20여명의 여자 모델들 앞에 평범한 1번으로 나온다고 했던 유재석씨를 포함해 아저씨 같은 남자 3~4명이 서 있는 것이 아닌가. 거기다 왜 그렇게 사방에서 카메라를 들이대는지.혼란스럽고 바쁜 와중이라 예의 차릴 여유도 없이 "카메라 비켜!"라고 소리를 치고는 모델 같지 않은 아저씨들(?)에게 "죄송하지만 이름을 모르니 연예인 1,2,3,4,5번으로 부를게요. 자 연예인 1번!" 하면서 바로 무대 연출에 들어갔다. 그리고 1주일이 지나 무한도전이라는 프로그램을 보면서 그때 그 아저씨들이 지금 최고의 인기를 누리는 개그맨이라는 사실을 알았다. 평소 텔레비전 볼 여유조차 없이 살다 보니 생긴 어처구니없는 에피소드다. 한번은 이런 일도 있었다. 존경하던 어른이 교통사고로 병원에 입원해 병문안을 갔는데 어디서 많이 본 듯한 얼굴이 있는 것이다. 인사라도 드리려고 "낯이 익어서.어디서 많이 뵌 분 같은데요"라며 말을 건넸다. 그런데 알고 보니 그는 우리나라에서 간첩 빼고는 다 알 법한 개그맨 이경규씨였다.
유명한 연예인조차 알아보지 못한다고 해서 큰 일 나는 것은 아니지만,그것이 마음의 여유가 없음은 아닌지 되돌아보게 되었다. 가끔은 자신을 위해 혼자 있는 시간을 가져볼 법하다. 일에 몰입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틈틈이 자신을 돌아보고 마음을 다스리는 여유도 가져야 함을 나이 한 살 더 먹을 때마다 깊이 실감한다. 그것은 늦게 가는 것이 아니라 더 멀리 가기 위한 준비 동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