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참여 재판(배심 재판)이 시행된 지 1년이다. '사법 민주화'를 위해 대한민국 사법사상 올해 처음 도입된 배심 재판에 참여했던 국민들의 대부분이 직무 수행에 대해 만족하는 등 긍정적인 평가도 적지 않다.

하지만 100~200건 정도를 기대했던 예상과는 달리 실적이 저조해 좀 더 활성화될 필요가 있지 않으냐는 지적도 있다.

22일 대법원에 따르면 지난 11월 말까지 배심 재판은 총 52건 열린 가운데 474명의 국민이 배심원으로 형사재판 절차에 참여했다.

배심 재판이 끝난 후 진행된 설문 조사에서 자신들이 수행한 직무에 대해 95.2%의 배심원이 '만족한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또 90%가 넘는 배심원들이 '심리 시간 내내 집중했다'며 '의견을 충분히 말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배심원들 중 절반가량은 장시간 진행된 재판에 대해 불편함을 토로했다. 아침부터 밤늦은 시간까지 진행되는 재판 과정이 효율성을 떨어뜨린다는 지적이다.

배심 재판은 3건을 제외하고는 모두 하루 만에 끝났지만,대부분 일과시간 이후까지 진행됐다. 법원행정처의 이재석 형사정책심의관은 "내년부터는 쟁점이 비교적 간단한 사건에 대해서는 배심원 선정 절차를 간략하게 진행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올해 배심 재판에는 살인,강도상해 등의 혐의로 기소된 피고인들이 65%를 넘는 등 주류를 이뤘다. 형사 강력범죄가 배심 재판의 신청 대상이기 때문.

하지만 성범죄 사건은 6건에 그쳤다. 성범죄의 경우 피해자들이 증인으로 나서기를 꺼리는 일이 많아서다.

배심 재판의 실효성에 대한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는 항소는 46건이나 나왔다. 배심 재판을 했어도 대부분의 사건이 상급 법원의 판단을 한 번 더 받았다는 것.

그러나 지난 11월까지 선고된 30건의 배심재판 항소심에서 20건은 기각되고 5건은 항소심 과정에서 피해자와의 합의 등 사정 변경이 있어 결론이 달라지는 등 대부분의 항소심 재판부는 국민의 판단을 존중한 것으로 나타났다.

무죄에서 유죄로 항소심의 판단이 완전 뒤바뀐 것은 1건에 불과했다. 재판부의 판결과 배심원의 평결 결과도 3건을 제외하고는 일치했다.

법조계 관계자들은 재판 건수를 늘리는 것이 가장 시급하다고 입을 모았다. 사건이 많은데도 불구하고 서울 지역의 경우 5건의 사건만 진행되는 등 활성화되지 않았다는 것. 법원 관계자들은 올해 신청된 214건 중 136건이 배제(검사ㆍ변호사의 이의 제기에 따라 재판장이 결정) 또는 철회(피고인이 결정)된 만큼 이를 줄여야 정상 궤도에 오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박민제 기자 pmj5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