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데스크] 헛똑똑이 세상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남궁 덕 < 오피니언 부장 nkduk@hankyung.com>
대기업 사장 A씨는 통상 일주일에 두 번의 조찬 모임에 참석한다. 대개 7시에 시작하기 때문에 5시쯤 잠자리에서 일어난다. 밥만 먹는 건 아니다. 배우는 게 많다. 요즘엔 딱딱한 경영 이슈는 물론 '감성경영''웹2.0 사회' 등 말랑말랑한 주제도 자주 수강과목에 오른다. 이명박 대통령이 취임 이후 "공무원이 국민을 위해 한 시간 잠을 덜 자면 국민은 한시간 더 편안히 잘 수 있다"고 말하면서 '얼리 버드 신드롬'이 한때 유행했지만,기실 '얼리 버드'는 한국의 오피니언 리더들 사이에선 이미 뿌리깊은 현상이다.
조찬강연에 나오는 사람들이 기업의 최고경영자(CEO)뿐은 아니다. 강사로 나오든,수강자로 나오든 장ㆍ차관 등 고위관료는 물론 공기업 임원,대학교수,금융사 임원,지방자치단체장,군인,기자 등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이 새벽에 시내 호텔로 모여든다. 그들은 전날 밤 같은 호텔에서 늦게까지 통음(痛飮)한 사이인 경우가 적지 않다. 별을 보고 귀가한 그들이 별을 보면서 새벽 모임에 열심히 얼굴을 비추는 건 물론 '네트워크'를 탄탄히 하기 위해서다. 늦은 시간까지 통음하면서 '호형호제'하는 사이가 된 뒤 이튿날 다시 조찬 공부모임에서 '동문수학'하면 어려울 때 기댈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의 오피니언 리더들은 이처럼 하루 24시간이 모자랄 정도로 바쁘게 살아간다. 중세 사람들이 한 평생 얻었던 정보를 지금은 단 하루에 얻을 정도로 정보 홍수시대에 살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정보의 취사선택이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 우리는 올해 잘못된 정보가 유통되는 바람에 국력을 낭비한 경험이 몇 차례 있다. 미국산 쇠고기는 곧 '광우병'이라는 잘못된 방송보도로 촉발된 '촛불시위'와 극도의 비관적 루머가 만들어낸 '9월 위기설' 등이 국민들을 지치게 했다.
꼭 1년 전 이맘 때다. 진로와 관련,고민이 깊던 지인이 점쟁이 집을 찾아간 사연을 털어놨다. 며칠 밤을 고민하다가 점쟁이 집을 찾아갔는데 '이렇게 하세요'라고 답을 내줬는데,그게 자신의 의중과 같았다고 한다. 그는 여전히 미심쩍어 다른 점집을 갔는데 역시 같은 답이 나와서 그대로 결정했단다. "점은 일종의 컨설팅 같아." 그의 말이 지금도 귀에 또렷하다.
우리는 일상 속에서 수많은 결정을 하면서 살아간다. 매일매일 날아오는 스팸메일을 읽어보고 지울까 말까 결정해야 하는 작은 일에서부터 직원을 해고해야 할까 말까,어느 기업을 구조조정해야 하나 마나,장관을 갈아야 하나 마나 등….한국 파워엘리트들은 피를 말리는 밤을 새우고 있을 거다.
작금의 경제위기는 전대미문의 괴물같다. 형체도 알 수 없다. 1930년대 대공황이 세계를 엄습할 때 대한민국은 없었다. 어쩌면 지금의 국호를 갖고 맞는 첫번째 '글로벌 전쟁'을 우리가 겪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일부에서 요구하는 '통큰'정책이 자칫 장님 코끼리 만지는 격이 될 수도 있다. 그때문인지 CEO나 관료가 가장 많이 찾는 사람들이 컨설턴트라는 얘기도 들린다.
그러나 우리가 격동의 산업화 시절을 거쳐오면서 언제나 확인한 것은 오피니언 리더의 결정이 미뤄지면 그것은 곧 국력낭비로 이어졌다는 사실이다. 열흘 후면 새해다. 새해에는 오피니언 리더들이 제 목소리를 내 '미네르바'같은 헛똑똑이들이 민심을 뒤흔드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
대기업 사장 A씨는 통상 일주일에 두 번의 조찬 모임에 참석한다. 대개 7시에 시작하기 때문에 5시쯤 잠자리에서 일어난다. 밥만 먹는 건 아니다. 배우는 게 많다. 요즘엔 딱딱한 경영 이슈는 물론 '감성경영''웹2.0 사회' 등 말랑말랑한 주제도 자주 수강과목에 오른다. 이명박 대통령이 취임 이후 "공무원이 국민을 위해 한 시간 잠을 덜 자면 국민은 한시간 더 편안히 잘 수 있다"고 말하면서 '얼리 버드 신드롬'이 한때 유행했지만,기실 '얼리 버드'는 한국의 오피니언 리더들 사이에선 이미 뿌리깊은 현상이다.
조찬강연에 나오는 사람들이 기업의 최고경영자(CEO)뿐은 아니다. 강사로 나오든,수강자로 나오든 장ㆍ차관 등 고위관료는 물론 공기업 임원,대학교수,금융사 임원,지방자치단체장,군인,기자 등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이 새벽에 시내 호텔로 모여든다. 그들은 전날 밤 같은 호텔에서 늦게까지 통음(痛飮)한 사이인 경우가 적지 않다. 별을 보고 귀가한 그들이 별을 보면서 새벽 모임에 열심히 얼굴을 비추는 건 물론 '네트워크'를 탄탄히 하기 위해서다. 늦은 시간까지 통음하면서 '호형호제'하는 사이가 된 뒤 이튿날 다시 조찬 공부모임에서 '동문수학'하면 어려울 때 기댈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의 오피니언 리더들은 이처럼 하루 24시간이 모자랄 정도로 바쁘게 살아간다. 중세 사람들이 한 평생 얻었던 정보를 지금은 단 하루에 얻을 정도로 정보 홍수시대에 살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정보의 취사선택이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 우리는 올해 잘못된 정보가 유통되는 바람에 국력을 낭비한 경험이 몇 차례 있다. 미국산 쇠고기는 곧 '광우병'이라는 잘못된 방송보도로 촉발된 '촛불시위'와 극도의 비관적 루머가 만들어낸 '9월 위기설' 등이 국민들을 지치게 했다.
꼭 1년 전 이맘 때다. 진로와 관련,고민이 깊던 지인이 점쟁이 집을 찾아간 사연을 털어놨다. 며칠 밤을 고민하다가 점쟁이 집을 찾아갔는데 '이렇게 하세요'라고 답을 내줬는데,그게 자신의 의중과 같았다고 한다. 그는 여전히 미심쩍어 다른 점집을 갔는데 역시 같은 답이 나와서 그대로 결정했단다. "점은 일종의 컨설팅 같아." 그의 말이 지금도 귀에 또렷하다.
우리는 일상 속에서 수많은 결정을 하면서 살아간다. 매일매일 날아오는 스팸메일을 읽어보고 지울까 말까 결정해야 하는 작은 일에서부터 직원을 해고해야 할까 말까,어느 기업을 구조조정해야 하나 마나,장관을 갈아야 하나 마나 등….한국 파워엘리트들은 피를 말리는 밤을 새우고 있을 거다.
작금의 경제위기는 전대미문의 괴물같다. 형체도 알 수 없다. 1930년대 대공황이 세계를 엄습할 때 대한민국은 없었다. 어쩌면 지금의 국호를 갖고 맞는 첫번째 '글로벌 전쟁'을 우리가 겪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일부에서 요구하는 '통큰'정책이 자칫 장님 코끼리 만지는 격이 될 수도 있다. 그때문인지 CEO나 관료가 가장 많이 찾는 사람들이 컨설턴트라는 얘기도 들린다.
그러나 우리가 격동의 산업화 시절을 거쳐오면서 언제나 확인한 것은 오피니언 리더의 결정이 미뤄지면 그것은 곧 국력낭비로 이어졌다는 사실이다. 열흘 후면 새해다. 새해에는 오피니언 리더들이 제 목소리를 내 '미네르바'같은 헛똑똑이들이 민심을 뒤흔드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