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하여 위하여/우리의 남은 인생을 위하여/들어라 잔을 들어라/위하여 위하여/목마른 세상이야/시원한 술 한잔 그립다/푸르던 오솔길 자꾸 멀어져 간다/넥타일 풀어라 친구야/앞만 보고 달렸던/숨가쁘던 발걸음도/니가 있어 이렇게,내가 있어 이렇게/이 순간이 좋구나 친구야.'<안치환의 '위하여'>

송년회가 한창이다. 직장에선 물론 동창과 동호인 모두 모여 한 해를 돌아보며 서로의 유대감과 소속감을 확인한다. 건배용 '위하여' 소리도 드높다. '나가자'(나라와 가정과 자신을 위하여) '당나귀'(당신과 나의 귀한 만남을 위하여) '진달래'(진하고 달콤한 내일을 위하여) 등.

멋진 건배사는 제창자의 인격과 감각을 드러내고 분위기를 띄운다. 시간 장소 상황(TPO)은 물론 구성원에 따라 주제가 달라야 하는 것도 그런 까닭이다. 윗사람이나 연장자가 도맡던 예전과 달리 요즘엔 건배사도 돌아가면서 하는 일이 잦은 만큼 미리 준비해두는 것도 센스다.

내용은 공감과 감흥을 불러일으키는 것이면 되지만 일단 짧고 재치 있어야 한다. 유익하면 금상첨화고.장르는 기원류(類)가 많고,그 선두엔 건강이 있다. '구구팔팔'(99세까지 팔팔하게 살자)은 대표적이고,'아보트르 상테'(A Votre Santeㆍ당신의 건강을 위하여)도 쓰인다.

단합과 다짐성(性)도 인기다. '사우나'(사랑과 우정을 나누자),'개나리'(계<개>급장 떼고 나이는 잊고 리랙스 하자'),'변사또'(변함 없는 사랑으로 또 다시 만나자),'일십백천만'(하루 한번 이상 좋은 일을 하고,10번 이상 웃고,100자 이상 쓰고,1000자 이상 읽고,만보 이상 걷자) 등.

'위기를 기회로'와 '나이야,가라'도 있다. 올해엔 또 유례 없는 불황으로 다들 힘들고 불안한 탓인지 서로 위로하고 격려하는 건배사가 부상했다. '당신 멋져'(당당하고 신나고 멋있게,져주면서 살자)가 수위를 달리고,'재건축'(재미있고 건강하게 <서로를> 축복하며 살자)도 떴다.

'하쿠나 마타타'(Hakuna Matata,괜찮아 잘될 거야)라는 스와힐리어와 '스페로 스페라'(Spero Spera,숨 쉬는 한 희망은 있다)라는 라틴어도 등장했다. 희망보다 더한 축복은 없다고 하거니와 모두에게 희망과 용기가 필요한 때다.

다함께'우생순!'(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을 위하여 다시 뜁시다)

박성희 수석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