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고감소→ D램값급등→ 실적부진 만회
삼성전자하이닉스LG디스플레이 '훨훨'


그동안 주가 반등과정에서 조용했던 삼성전자 등 정보기술(IT)주가 감산효과에 대한 기대로 모처럼 동반 급등했다. 지난 10월 저점 이후 기계 철강 건설 조선 등으로 이어지던 순환매에 IT주가 가세하는 양상이다.

전문가들은 IT주의 반등은 '베어마켓 랠리'(경기 침체 속 반짝 반등)의 상승 에너지가 쉽게 소멸되지 않을 것임을 확인해주는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글로벌 경기 침체로 IT 수요 부진이 지속되고 있다는 점은 유념할 대목이라고 지적했다.
IT株 '글로벌 減産효과' 기대에 모처럼 동방상승

◆삼성전자 50만원 회복 시도

19일 삼성전자는 4.59% 오른 48만9500원에 장을 마쳤다. 한때 49만7500원까지 치솟아 지난달 6일 이후 처음으로 50만원 선 회복을 시도하기도 했다. 시가총액 상위 20개 종목 중에서 가장 높은 상승률을 보여 모처럼 대장주로서 이름값을 했다.

하이닉스도 전날 큰 폭(12.45%)의 상승에 이어 4.8% 올라 기세를 이어갔다. 또 LG전자 LG디스플레이 삼성전기 삼성SDI 등 대형 IT주들이 일제히 상승했다.

이에 따라 코스피지수는 개인의 차익 실현 매물 속에서도 5.06포인트(0.43%) 오른 1180.97에 장을 마쳐 닷새째 올랐다.

IT주들의 동반 강세에는 전날 동남아 시장에서 주력 D램 제품의 현물가격이 16% 넘게 뛰었다는 소식이 큰 호재로 작용했다. 반도체 회사들의 잇단 '감산'으로 재고가 줄어들면 가격 하락세가 둔화돼 실적 부진이 만회될 것이란 '감산 효과' 기대가 커진 것이다.
IT株 '글로벌 減産효과' 기대에 모처럼 동방상승
박정욱 SK증권 연구원은 "하이닉스가 오는 24일부터 10일간 20~30% 감산에 들어간다는 방침이 D램 가격 상승을 자극했다"고 말했다. 안성호 KB투자증권 연구원은 "내년 1분기엔 삼성전자도 감산에 가세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반도체주들이 강하게 뛰어오르자 외국인과 기관의 매수세가 IT업종에 집중되면서 다른 IT주들로 온기가 퍼졌다. 외국인은 전체 순매수 금액의 4분의 1 이상을 IT주에 퍼부었다. 유가증권시장에서 367억원 순매수를 기록한 기관은 이보다 많은 811억원어치의 IT 주식을 사들였다.

증시안정펀드 2차분 투입도 호재로 작용했다. 박해성 LIG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달 이 펀드 1차분이 증시에 들어왔을 때도 삼성전자가 최대 매수 타깃이었다"고 말했다.

◆증시 반등 여력 재확인

IT주의 반등은 코스피지수가 저점을 찍은 지난 10월27일 이후 전개되고 있는 베어마켓 랠리를 이어가는 데 힘을 보태고 있다는 평가다.

그동안 반등장은 55.64% 상승한 기계업종을 비롯 철강(51.62%) 건설(42.16%) 등이 순환매를 이루며 뒷받침했다. 조선주들이 포함된 운수장비 역시 자동차의 부진 속에도 31.47% 올라 반등에 힘을 보탰다. 하지만 IT는 12.01% 상승해 이 기간 코스피지수 상승률(24.77%)의 절반 수준에 그쳤었다.

김성봉 삼성증권 연구원은 "지금까지 여러 업종이 순환매를 통해 주가가 꽤 회복되면서 가격에 부담이 생기는 상황에서 IT주가 D램 가격 급등에 힘입어 순환매에 가세해 추가 반등의 기대를 높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김 연구원은 "일반투자자들이 차익 실현을 한 뒤에 증시에서 빠져나가지 않고 IT주를 새로운 타깃으로 삼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점도 긍정적"이라고 설명했다.

이승우 대우증권 연구원도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새로운 주식이 계속 등장하고 있는 것은 반등의 에너지가 약하지 않다는 뜻"이라고 진단했다. 다만 IT주가 경기 침체로 실적 모멘텀이 약한 것은 부담이란 지적도 나온다.

이승호 굿모닝신한증권 연구원은 "증시 전반의 수급 상황이 개선되면 IT주가 반등을 이어갈 수 있겠지만,글로벌 경기 침체에다 원.달러 환율도 하락하고 있어 본격적인 실적 개선엔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장경영/강지연 기자 longr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