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벽은 123m나 남아..청자의자 조각도 출토

전체 둘레 약 17km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되는 서울성곽에서 처음으로 방어용 부속 시설 일종인 치성(雉城)이 확인됐다.

매장문화재 전문조사기관인 중원문화재연구원(원장 차용걸)은 서울시가 '동대문 디자인플라자&파크' 조성을 추진 중인 옛 동대문운동장 일대 발굴조사를 계속한 결과 17일 현재 축구장이 들어섰던 곳에서 총 123m에 이르는 서울성곽 기저부를 확인했다고 말했다.

서울성곽은 식민지시대 동대문운동장을 건설하는 과정에서 멸실(滅失)된 것으로 추정됐지만, 최고 잔존높이 4.1m(내벽 기준)에 바닥 폭 8-9m에 이르는 규모로 남아있는 것이 확인됐다.

이렇게 확인된 성벽 중간에는 성벽 바깥으로 돌출해서 만든 방어 시설물 일종인 치성이 발견됐다.

치성은 평면 방형이며 규모는 남북 10.2m에 동서 8.3m였다.

조사단은 "서울성곽에 치성이 있었다는 문헌기록이 있고 동대문에서 광희문을 연결하는 구간만 해도 4-6개소에 이르는 치성이 있었을 것으로 추정됐지만 지금까지 한 번도 확인된 적이 없었다"면서 "이번 발굴조사를 통해 조선시대 축성법을 구명할 수 있는 새로운 길을 열었다"고 말했다.

성벽 다른 구간에서 확인된 이간수문(二間水門)은 조사를 계속한 결과 서울 도성 안쪽에서 바깥쪽으로 물을 빼내기 위해 지대가 가장 낮은 지형을 이용한 것으로 밝혀졌으며 수문 방어를 위해 꽂은 목재도 하부에서 확인됐다.

서울성벽 몸통을 관통한 이간수문은 글자 그대로 동-서 방향으로 수문 2기를 개설했으며 총 규모는 길이 7.4m에 현존 높이 5.4m로 나타났다.

출토 유물 중에는 15-20세기에 이르는 분청사기와 조선청자, 무문 백자, 청화백자, 외국(일본이나 중국) 자기 등이 포함돼 있다.

특히 축구장 부지에서 확인된 건물터에서는 '돈'(墩), 즉 의자로 사용했던 것으로 추정되는 청자 조각이 확인됐다.

(서울연합뉴스) 김태식 기자 taeshi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