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과학기술부 1급 공무원들이 일괄사표를 제출함에 따라 연말 관가에 대규모 '인사태풍'이 불어닥칠지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아직까지는 교과부나 국토해양부 국세청 등 일부 부처만 인사 얘기가 거론될 뿐 대부분 부처는 별다른 움직임이 없다. 그러나 정권 교체 직후 제대로 하지 못했던 '고위공무원 물갈이'를 연말에 단행해 국정과제를 강력하게 추진하겠다는 분위기가 청와대와 여권 등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교과부 국토부 대규모 인사 예고

대규모 인사를 예고하고 있는 교과부 국토부 국세청 등은 그동안 제대로 인사를 하지 못한 부처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지난 8월 취임한 안병만 교과부 장관은 전임 장관이 짜놓은 틀을 그대로 유지했고 국토부도 건설교통부와 해양수산부를 통합한 이후 거의 인사를 하지 않았다. 국세청 역시 지난해 8월 임명된 한상률 청장이 자신과 행시 동기(21회)인 1급 3명을 물갈이하는 차원에서 인사를 단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9월 취임한 김황식 감사원장도 12월 중순께 대대적인 조직개편 및 인적 쇄신 작업을 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으나 쌀 직불금 문제로 다소 지연되고 있는 상황이다.

때문에 교과부는 나이가 많은 2급 국장들도 상당수 물갈이한다는 방침이고,국토부도 교통과 해양 양쪽의 공무원들을 골고루 섞는 대규모 인사를 단행한다는 원칙을 세운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이들 부처를 제외한 나머지 부처는 아직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은 "해당 부처 장관의 책임과 판단 아래 조치한 것으로 이런 상황을 다른 부처로 일반화시키려는 것은 비약"이라고 선을 그었다.

관가 물갈이 신호탄 촉각

하지만 겉보기와 달리 관가 내부에서는 정부 고위공무원단에 대한 인적쇄신이 본격화된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정권 교체 이후에도 지난 정부에서 중용된 고위공무원들이 그대로 남아 있어 이명박 정부의 국정추진에 미온적인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는 지적이 청와대와 여권 핵심부에서 꾸준히 제기돼 왔기 때문이다. 국민의 정부 시절 90%,참여정부에서는 70%의 1급 공무원들이 물갈이된 것처럼 현 정부에서도 공직기강 확립을 위해 대규모 인사를 단행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홍준표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최근 "정권이 바뀌어도 1급 이상 공무원들이 움직이지 않고 있다"며 "정부 차원의 대응이 없으면 우리가 집권해도 집권한 것이 아니다"고 말한 바 있다. 이 대통령도 지난 12일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 회의에 참석해 "지금 아직도 '공무원이 움직이지 않는다'는 많은 불만이 있다"며 공직 사회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표출한 적 있다.

세종로 정부청사의 한 국장급 공무원은 "새정부 출범 때 공기업 사장과 연구기관장들을 전면 교체한 데 이어 이번에는 정부의 1급 고위간부들을 물갈이하려는 것 같다"는 반응을 보였다.

공직사회 술렁

공직사회는 대규모 인사태풍이 조만간 닥쳐올 것이라며 술렁이고 있다. 인사 얘기가 나오지 않는 과천청사의 한 국장급 공무원은 "당장 인사가 없더라도 내년 초가 되면 장관들이 교체되는 개각 얘기가 거론될 것이고 이로 인해 1급들의 전면적인 교체도 자연스럽게 단행되지 않겠느냐"며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였다.

물갈이 대상으로 거론되는 1급 고위공무원들은 강한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한 1급 공무원은 "지난 정부에서 몸담았던 것만으로 문제를 삼는다면 모든 공무원들이 다 문제가 되지 않겠느냐"고 반감을 나타냈다.

정태웅/김문권/박수진/서욱진 기자 redae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