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증권(현 NH투자증권) 매각비리 의혹'을 수사 중인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박용석 검사장)는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이 정대근 전 농협중앙회장에게 로비해 농협 자회사인 휴켐스를 헐값에 인수했다는 의혹과 관련,휴켐스와 농협 임직원 5명을 체포해 조사하고 있다고 16일 밝혔다.

검찰은 전날 태광실업 장모 이사와 휴켐스 최모 전무,휴켐스 인수 후 첫 대표였던 정승영 정산개발 사장,휴켐스 매각 업무를 담당했던 농협 신모 팀장과 실무자 1명 등 5명을 체포했다. 중수부는 이들을 수차례 불러 조사해 오다 매매 과정에서 일부 의심스러운 정황을 포착,체포해 휴켐스 매각ㆍ인수 과정을 집중 추궁하고 있다. 이와 함께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아 휴켐스 매매 당시 적정 가격을 산정하고 있다.

앞서 검찰은 박 회장이 2006년 2월 중순 정 전 회장을 서울 모 호텔 객실에서 만나 휴켐스를 유리한 조건으로 인수할 수 있게 도와달라는 청탁과 함께 100만원권 수표 2000장,즉 20억원을 건넨 혐의를 밝혀냈다.

검찰은 농협이 휴켐스를 고의로 헐값에 박 회장에게 매각했다면 정 전 회장에게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또는 일반 배임 혐의를 적용해 박 회장 또한 공범으로 처벌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법리 검토 작업을 벌이고 있다.

검찰은 장 이사 등을 조사한 뒤 결과에 따라 뇌물공여 혐의의 공범 등으로 구속영장을 청구할지 판단할 예정이다. 검찰은 세종증권 매각 비리 의혹의 실체를 상당 부분 규명했다고 판단하고 있으며 박 회장이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세종증권 주식을 거래했는지와 함께 휴켐스 헐값 매매 과정에서 금품이 오갔는지 등의 의혹을 캐는 데 막바지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검찰은 오는 22일 노 전 대통령의 형 건평씨에 대한 추가기소와 박 회장 기소 등이 담긴 중간수사결과를 발표하면서 이번 수사를 마무리한다는 방침이다.

대검 고위 관계자는 "어려운 경제 상황 등 여러 제반 여건을 감안해서 오는 22일까지 이 수사를 일단 마무리한 다음 연말까지 쉴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박 회장 등의 정치권 로비리스트 의혹에 대해서는 강하게 부인했다. 그는 "수사 초기 단계부터 최근까지 로비 리스트나 거액의 비자금은 발견되지 않았다"며 "리스트의 'ㄹ'자도 들어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김정은 기자 like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