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제일 좋아하는 나무를 꼽으라 하면 언제나 1등은 소나무 차지다. 실제 소나무를 좋아하는 이가 많아서 그렇기도 하겠지만 아마도 나무 하면 맨 먼저 떠오르고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이유야 어쨌든 소나무는 우리에게 가장 친숙한, 한국을 대표하는 나무인 것은 분명하다. 4계절 내내 푸르름을 잃지 않는 점이 우리 민족 특유의 강인한 생명력과 닮은 데다 지조와 절개의 상징으로 종종 인용된다는 점에서도 충분히 호감을 갖게 만든다.

이처럼 우리에게 친숙한 소나무지만 일부 조경수를 제외하면 요즘 주위에서 늠름한 자태를 자랑하는 아름드리 소나무를 찾아보기란 생각만큼 쉽지 않다. 남벌(濫伐)과 무분별한 개발,병충해의 영향도 있겠지만 메타세콰이어 스트로브잣나무 히말라야시다 등 외래 속성수에 밀린 탓도 크다.

숭례문과 광화문 복원에 쓸 나무를 찾아 헤매던 문화재청이 얼마 전 강원도 삼척시 활기리 준경묘 일대에서 마침내 쓸 만한 소나무를 찾아 시범 벌채를 했다는 소식이다. 간택된 나무는 금강소나무라 불리는 것으로 수령 110년, 높이 30m, 지름 74㎝에 달하는 말그대로 대들보감이다. 춘양목으로도 불리는 금강소나무는 태백산맥 줄기를 타고 금강산에서 울진, 봉화를 거쳐 영덕, 청송 일부에 걸쳐 자라는 소나무를 말한다. 줄기가 구불구불한 보통 소나무와는 달리 곧게 자라고 결이 단단해 예로부터 최고의 소나무로 꼽혔다. 이런 소나무가 아직까지 남아 있는 건 준경묘가 태조 이성계 5대조의 묘로 조선시대 내내 인근 산림훼손이 엄격히 금지된 곳이었던 데다 인적이 드문 강원도 산골에 자리잡은 덕분이다.

숭례문의 대들보감을 찾았다니 다행이지만 문화재 보수용으로 인근 금강송이 모두 20그루나 잘려 나간다니 마음 한구석이 편치 않은 것 또한 사실이다. 그나마 몇그루 남지 않은 노송이 이 땅에서 영원히 사라진다는 생각에서다.

소나무는 한때 우리나라 산림의 60% 이상을 차지했지만 최근 25%로 줄었고 100년 뒤에는 아예 사라질지도 모른다고 한다. '남산 위에 저 소나무'가 애국가 가사 속에만 존재하는 날이 오지 않도록 지금부터라도 우리 소나무를 보살펴야 하지 않을까.

김선태 논설위원 k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