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ADVERTISEMENT

    [취재여록] 청와대 '어물쩍 인사'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언제 임명됐나요? 저희들도 잘 모르겠는데요. 잠깐만 기다려 보세요. 확인해 볼게요. "

    정진철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 청장의 임명일을 묻자 국토해양부 고위공무원이 기자에게 한 말이다. 행복도시청은 국토부가 직접 관할하는 외청은 아니지만 국토부와 업무로 밀접한 관계가 있는 부처다. 정 청장이 임명되기 전에는 청장과 차장이 모두 국토부 출신이었다. 현재도 차장은 국토부에서 자리를 옮긴 고위공무원이 맡고 있다. 그런데도 국토부 고위공무원 조차 모르는 차관급 인사가 단행됐다는 것을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은 지난달 12일 "행복도시청장에 정진철 행정안전부 국가기록원장을 내정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 대변인은 전임 청장의 재임기간이 2년을 넘었고,도시행정 경험이 있는 인사가 필요하다는 지적에 따라 정 원장을 내정했다고 자세히 설명했다. 당시 대변인이 차관급 내정을 발표한 것도 다소 의아했지만 정 청장이 그 다음 날 행복도시청에서 취임식을 가졌다는 사실이 놀랍다. 내정 발표 다음 날 취임하는 데도 굳이 '내정'이라고 한 것과 다음 날 취임한다는 사실을 알리지 않은 이유가 궁금하다. 보통 내정을 하면 며칠 뒤에 공식 임명하는 것이 통상적인 절차이기 때문이다. 무슨 말 못할 속사정이 있는지 몰라도 이해하기 힘들다. 더욱이 정 청장은 취임 한 달이 넘었는데도 아직 임명장을 받지 못했다. 분초를 쪼개기도 힘든 이명박 대통령의 일정상 그럴 수도 있다 하더라도 임명장을 주는 몇 분을 할애할 수 없는지 도무지 모를 노릇이다.

    사실 대변인이 정 청장의 내정을 발표할 때 국토부 직원들의 입에서 실웃음이 흘러 나왔다. 본격적인 토목공사와 건축물 공사를 앞두고 있는 데도 도시행정 전문가를 청장 자리에 앉힌다는 것에 어이가 없었기 때문이다.

    청와대의 '어물쩍 인사'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6월 한국토지공사와 대한주택공사 사장을 임명할 때도 그랬다. S라인(서울시 출신,토공 사장)과 고소영(고려대ㆍ소망교회ㆍ영남 출신,주공 사장) 인사라는 소리가 듣기 싫어서였는지 청와대는 이들의 임명을 공식 발표하지도 않았다. 청와대에 뭐가 그리 숨길 일이 많고 떳떳하지 못한 일이 많은지 정말 궁금하다.

    김문권 건설부동산부 기자 mkkim@hankyung.com

    ADVERTISEMENT

    1. 1

      [기고] 서학개미, 고환율 주범 아니다

      최근 원·달러 환율의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당국의 고심 또한 깊을 것으로 이해한다. 그러나 최근 환율 상승의 원인을 해외 주식 투자에서 찾는 일부 시각에는 깊은 우려가 든다.환율은 수많은 거시 변수가 복합...

    2. 2

      [한경에세이] 꼰대 방지의 기술

      젊은 세대를 훌쩍 넘긴 내가 MZ세대를 이야기해도 될까, 가끔 스스로에게 묻게 된다. 다만 이미 ‘꼰대’라 불리는 세대에 속한 사람으로서, 적어도 꼰대가 되지 않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3. 3

      [최석철의 자본시장 직설] 정치 문턱에 선 회계기준원

      지난 19일 한국회계기준원 회원총회를 앞두고 몇몇 회원사에 전화가 걸려 왔다. 발신자는 금융감독원 쪽 인사였다. “지지 후보를 바꾸는 게 어떻겠느냐”는 취지의 전화였다. 새로운 회계기준원장 선임...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