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배송물량 20% 늘었지만 더 '신속·정확'
'공용 물류시스템' 통해 비용 30% 절감·오배송 줄여



충북 옥천군 옥천읍 교동리에 있는 한국기업문서배송협동조합의 물류창고.10여명의 직원이 컨베이어벨트에 실려 빠르게 지나가는 수천개의 문서와 화물 위에 부착된 바코드에 스캐너를 쉴 새 없이 갖다 댄다. 이를 통해 수집된 배송정보는 사무실에 있는 컴퓨터 모니터에 바로 기록된다. 창고 앞마당은 배송차량의 화물칸 문짝을 닫는 소리와 출발하라는 외침으로 시끌벅적하다.

이곳에선 115개 기업물류 전문 업체의 탁송물을 분류,목적지로 보낸다. 기업물류는 기업의 문서와 화물을 수·발송하는 것으로 일반 택배보다 정확하고 신속한 배송이 요구된다. 회원사들은 조합과 정보기술(IT) 전문기업인 아인정보기술이 공동 개발한 '공용 물류시스템'을 통해 올 들어 지난해보다 비용을 30% 이상 줄이면서 불황을 헤쳐나가고 있다.

공용물류시스템은 문서나 화물에 부착된 바코드를 스캐닝해 PC를 통해 이동 경로 및 도착·인도 여부를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는 솔루션.오·배송과 누락,분실로 인한 손해를 줄이고 보다 빠르고 정확하게 물류를 관리할 수 있다. 과거에는 수기로 송장을 작성했고 분류작업도 일일이 손으로 하느라 오류가 발생할 가능성이 적지 않았다.

2005년 설립된 한국기업문서배송협동조합은 이듬해 공용물류시스템 개발에 착수했다. 보낸 물건이 어디쯤 가고 있는지 모르는 것은 물론 누락이나 도난,유실 사고가 빈번했고 회원사끼리 동일 물품을 중복 배송하는 일도 일어나는 등 문제가 많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서울에 있는 회원사가 특정 기업의 물류를 지방 회원사에 위탁할 때 '갑을' 관계가 생성되는 폐단도 없지 않았다.

조합 관계자는 "반드시 개선이 필요했지만 비용 때문에 정보화는 엄두도 못 내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에 조합은 2006년 중소기업청으로부터 약 3억4000만원의 자금을 지원받아 2007년 공용물류시스템을 개발하고 회원사들에 무료로 사용토록 했다. 윤순상 조합 이사장(동진특송 대표)은 충북 옥천의 회사 물류창고를 선뜻 개방해 회원사들의 물류를 한곳에 집중시켜 물류비용을 줄이는 데 도움을 줬다.

시스템 구축 전 전체 회원사의 하루 물류량은 20만건가량이었지만 지금은 종전보다 20% 늘어난 24만건까지 처리할 수 있다. 일평균 분류 시간도 3시간에서 2시간으로 줄었다. 배송 상황을 파악하는 것도 평균 이틀에서 1시간 내로 가능해졌다.

회원사인 신성코리아의 이상호 이사는 "작업이 편하고 빨라져서 직원들의 만족도가 높다"고 설명했다. 총 오배송 및 분실 건수는 월 50여건에서 1건 이하로,손해배상액도 월 평균 1억5000만원에서 50만원 미만으로 떨어졌다. 특히 회원사들은 동일 시스템을 이용하면서 송장용지,바코드 스캐너 등의 소모품도 공동으로 구매해 연간 3억원가량을 절약하는 등 비용 절감도 이뤄냈다.

조합 측은 내년부터 문서나 화물을 옮기는 행랑에 RFID(Radio Frequency Identification:무선주파수인식)칩을 부착하는 사업을 전개, 2010년까지 완료할 계획이다.

윤 이사장은 "일일이 바코드 스캐닝을 할 필요 없이 배송물이 인식장치를 통과하면서 자동으로 정보가 기록되는 방식이 도입되면 생산성이 더욱 높아질 것"이라며 "대형 택배업체들과 경쟁하고 불황을 이겨내기 위해서는 조합원들끼리 단합해 원가 절감을 통한 경영합리화를 추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기훈 기자 shagg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