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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로벌 워치] 낭만 사라진 '신화의 나라'…일주일째 분노의 불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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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로벌 워치] 일주일째 분노의 불길만
    그리스가 반정부 시위로 사실상 국가 기능 마비 상태에 빠졌다. 지난 6일 알렉산드로스 그리고로풀로스란 이름의 15세 소년이 경찰의 총에 맞아 사망하며 촉발된 그리스 폭력시위 사태는 그리스 전역에서 대규모 반정부 시위로 번지며 일주일 넘게 지속되고 있다. 수도 아테네와 테살로니키 등 주요 대도시 10여곳에서 청년층을 중심으로 한 수만명의 시민들이 우파 집권당인 신민주당의 콘스탄티누스 카라만리스 총리 퇴진을 요구하며 도로와 학교시설을 점거하고 상점을 부수는 등 격렬한 시위를 벌여 통제불능 상황이다.

    12일 AP와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최대 도시인 아테네는 폭력시위로 인해 현재 도시 기능이 마비된 상태다. 국회의사당이 있는 신타그마 광장엔 연일 1만여명의 시위대가 몰려 철야 집회를 벌이고 있다. 아테네 최대 규모인 코이르달로스 교도소 건물 앞에서 수백명의 시위대가 돌과 화염병을 던지며 경찰과 대치했고,도심 주요 도로들도 시위로 차단됐다. 특히 소년을 사살한 혐의로 체포된 경찰관 2명이 "방어를 위한 경고 사격을 가했을 뿐"이라고 증언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시위가 더욱 격화되는 양상이다.

    또 상점 350여곳과 은행 200여곳이 파괴되는 등 재산피해도 잇따르고 있다. 그리스 상공인협회는 이번 시위로 현재까지 아테네에서만 약 2억유로(약 3570억원)의 손실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지난 10일엔 그리스의 양대 노조인 일반노동자연맹(GSEE)과 공공노조최고협의회(ADEDY)가 24시간 전면 파업을 실시하면서 아테네 국제공항의 항공기 결항이 속출하고,아테네 시내은행과 학교,병원이 문을 닫기도 했다.

    좌파 계열인 사회당 등 야당들도 카라만리스 총리의 사퇴와 조기 총선 실시를 요구하고 나섰다. 게오르그 파판드레우 사회당 대표는 "10대 소년에 대해 경찰이 총격을 가한 것은 전형적인 국가 폭력"이라며 "국민의 신뢰를 잃을 대로 잃은 현 정부엔 위기를 해결할 능력이 없다"고 주장했다.
    [글로벌 워치] 낭만 사라진 '신화의 나라'…일주일째 분노의 불길만
    이 와중에 극좌 무정부주의자들의 폭력 시위도 기승이다. 아테네에서 발행되는 좌파 일간지 엘레프터로티피아의 타키 미차스 논설위원은 "학생들이 시위를 벌이고 집으로 돌아간 후 무정부주의자들이 거리로 나와 도심을 쓰레기장으로 만든다"고 말했다.

    '신화의 나라','서양 문명의 발상지'의 이미지로 대표되는 그리스에서 벌어진 이번 사태는 수십년간 누적된 극심한 빈부격차와 높은 청년실업률,후진적인 정치체제와 정부 부패 등 그리스의 숨겨진 치부를 한꺼번에 드러내며 세계인들에게 충격을 안기고 있다.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벌어지게 된 가장 큰 요인은 그리스 젊은이들의 사회에 대한 높은 불만이다. 그리스 청년들은 수준 높은 고등교육의 기회를 제대로 누리지 못하고 일자리도 구할 수 없다는 데 깊은 절망감을 안고 있다. 카라만리스 총리 정부는 2년 전 사립대학 설립을 허가하는 내용의 개헌을 추진했지만 교수들과 대학생들의 강력한 반발에 부딪쳐 무산된 바 있다.

    여당인 신민주당의 카라만리스 정부의 도덕성 문제도 도마위에 올랐다. 2004년 3월부터 집권해온 카라만리스 총리는 지난해 여름 그리스 국토의 절반을 태웠던 산불에 대한 미온적 대처로 질타를 받은 데 이어,지난 1월 문화부 최고 권력기관인 중앙고고학위원회의 크리스토스 자코폴로스 위원장의 섹스 및 부패 스캔들로 곤욕을 치렀다.
    [글로벌 워치] 낭만 사라진 '신화의 나라'…일주일째 분노의 불길만
    후진적인 정치 체제와 아직 제대로 정착되지 못한 민주주의 질서도 그리스의 혼란을 부추기는 주 요인이다. 그리스의 현대사는 2차 세계대전 시절 나치의 점령과 종전 직후 좌ㆍ우익 간에 벌어졌던 치열한 내전,1967년 게오르기오스 파파도풀로스 장군의 쿠데타 이후 7년간 이어진 군부독재와 그에 대한 저항 등 고난의 역사로 점철돼 있다.

    이 때문에 그리스 국민은 정부와 공권력에 대해 매우 뿌리 깊은 불신을 갖고 있으며,청년들 사이에선 사회체제에 대한 저항이 순교자적 행위로 떠받들어진다. 이번 시위의 구심점이 된 아테네공대의 경우 1973년 11월 군부독재에 맞선 대학생들의 대규모 시위가 벌어졌던 곳으로 그리스 민주화 운동의 상징이다.

    그리스발 반정부 시위는 경기침체로 역시 청년실업률이 높은 유럽 주요 도시로까지 확산될 조짐이다. 특히 인터넷과 휴대폰 문자메시지를 통해 그리스 시위 상황이 유럽 전역에 실시간으로 전해지면서 시위를 선동하는 메시지도 빠르게 퍼지고 있다. 지난 10일엔 스페인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에서 각각 200여명의 청년들이 은행과 경찰서를 공격하며 시위를 벌였다. 덴마크에서도 시위가 벌어져 63명이 연행됐다.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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