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영주 < 법무법인 케이씨엘 대표변호사 >

휴대폰을 사용하다 보면 현대문명의 이기로서 편리하고 유용하다는 점에 감탄하게 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안보의 사각지대라는 생각이 들어 걱정이 된다. 일반국민이라면 국가안보나 사회안전에서 사각지대가 있어서는 안 된다는 점에 이의가 없을 것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에는 확실한 사각지대가 있다. 휴대폰이 바로 그것이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휴대폰 감청이 불가능하다. 물론 법상으로는 가능하게 돼 있지만 사실상 불가능하다. 현행 통신비밀보호법에서는 법원 허가 등 적법 절차를 거치면 모든 통신망에 대해 합법적인 감청을 할 수 있도록 감청제도를 마련해 놓고 있다. 그러나 휴대폰의 경우는 감청 허가를 받아도 설비가 마련돼 있지 않아 감청을 할 수 없어 사실상 우리나라에는 휴대폰 감청제도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과거에는 국정원에서 휴대폰 감청 장비를 운용한 적이 있지만,불법 감청이 사회문제화되면서 전량 폐기해 버렸고,현재는 어느 누구도 감청 장비를 운용하고 있지 않다. 따라서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국가 전복이나 테러 살인 마약 등 어떤 중대 범죄의 모의도 휴대폰을 이용하면 정보수사기관의 통제 밖에서,은밀히 이뤄질 수 있도록 보장돼 있는 셈이다.

휴대폰 감청 얘기가 나오면 대다수 국민들은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킨다. 국민들이 거부감을 갖는 이유는 정보수사기관이 제멋대로 사적인 대화를 엿들을 수 있게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이 같은 생각은 오해이고 기우다. 물론 종전같이 정보수사기관이 직접 감청설비를 운영한다면 그런 사태도 배제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한나라당에서 마련한 통신비밀보호법 개정안에 의하면 통신서비스를 제공하는 통신업체에 감청 설비와 기술을 갖추도록 의무화하는 것으로 이후 감청 과정은 법원 허가 등을 거치도록 하고 있기 때문에 일반국민들이 도ㆍ감청당할 일은 없다.

미국 영국 독일 등 선진국에서는 감청이 안 되는 통신 방법에 대해서는 이용이 불가능하고 휴대폰에 대해서도 90년대 중반부터 통신업체의 감청 설비 구축 의무가 법제화돼 있다.

이제는 우리 국민들도 휴대폰 감청 제도 미비로 인해 미리 막을 수 있는 국가 사회적 위험을 막지 못하게 되는 사태와,실제로는 자신에게 거의 일어날 수 없는 감청에 대한 불쾌감을 이성적ㆍ합리적으로 비교해 하루 속히 국가안보와 사회안전의 사각지대를 없애는 데 힘을 보태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