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체가 역내 산업재편 기회”

유럽 최고경영자(CEO)들은 경제위기가 역내 산업 재편 기회를 제공,내년 2분기부터 메가 인수합병(M&A)이 재개될 것으로 전망했다.유럽 기업의 M&A 시장은 올들어 20% 가량 줄어드는 등 지난해부터 위축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스위스 최대은행 UBS가 미국의 보스턴 컨설팅과 공동으로 유럽의 상장기업 CEO 164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62%가 기업 구조조정이 활발해지면서 현금을 많이 보유한 기업이 경쟁사를 흡수하는 형태의 M&A가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고 파이낸셜타임스가 12일 보도했다.수송 건설 보험 은행 금속 광업에서 M&A가 활발할 것으로 예상됐다.특히 시가총액 200억달러가 넘는 상장기업 CEO 가운데 절반 가량은 “대규모 인수를 계획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UBS의 특수상황 연구담당 책임자인 다니엘 스틸리트는 “내년에는 실적차이 뿐 아니라 은행과 투자자들의 선별적인 투자로 인해 기업들 사이에 양극화가 일어날 것”이라며 “그 부산물로 구조조정 형태의 M&A가 크게 늘어날 것”이라고 분석했다.UBS는 내년에 가능할 것으로 관측되는 M&A를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자동차에서는 △프랑스 푸조와 이탈리아 피아트의 자동차 부문△독일 트럭 메이커 MAN과 스웨덴 스카니아 △포르셰와 폭스바겐의 합병 노력이 계속될 것으로 전망됐다.에너지 부문에서는프랑스에서 아레바와 알스톰 및 부이게를 통합해 ‘챔피언 기업’을 만들려는 프랑스 정부의 노력이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됐다.또 BHP빌리튼의 리오틴토 인수 및 엑스트라타의 론민 인수 노력도 재개될 것으로 전망됐다.제약사인 영국 아스트라제네카의 샤이어 인수 및 아바스의 에지스 인수, 그리고 SGS에 의한 인터텍 인수도 가능할 것으로 보고서는 내다봤다.

한편 이번 금융위기가 미국의 M&A 문화를 변화시키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이날 보도했다.매물로 나온 기업이 늘면서 전통적인 M&A 협상과는 달리 최근엔 구매자 쪽이 칼자루를 쥐게 됐다는 것이다.존슨앤드존슨이 유방보형물 제조업체 멘터를 인수하면서 적정가격에서 23% 적게 기업가치를 산정한 뒤 10억달러(1조4천억원)에 계약을 성사 시킨게 대표적이다.

판매 조건도 구매자 위주로 바뀌고 있다.예전엔 구매자가 계약을 취소하는 것이 상당히 어려웠지만 최근 제약업체 알파마를 인수한 킹은 ‘구매자가 금융기관으로부터 인수비용을 차입하지 못할 경우 계약을 무효로 한다’는 단서조항을 계약서에 삽입했다.이와 함께 WSJ는 기업이 유동성 확보를 위해 개인투자자에게 자금을 빌리는 대신 우선주를 넘기는 ‘상장기업집중투자’(PIPE) 방식이 적극적으로 활용되고 있다고 보도했다.그러나 개인투자자의 경우 PIPE 방식으로 투자를 하면서 우선주뿐 아니라 높은 배당금과 경영참여까지 요구하는 경우가 많아 주의가 요구된다고 WSJ는 지적했다.

오광진 기자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