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현대자동차는 쏘나타와 싼타페를 생산하는 미국 앨라배마공장 가동을 오는 19일부터 내년 1월4일까지 17일 동안 중단한다고 11일 밝혔다. 지난달 미국 판매가 전년 동월 대비 40% 가까이 줄어드는 등 수요가 급격히 위축되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1만5000대가량 감산을 통해 재고 부담을 줄일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ㆍ기아차는 해외 생산법인뿐 아니라 이달 들어 국내공장에 대해서도 잔업 및 특근을 없애며 감산에 돌입한 상황이다.

#2.씨티그룹글로벌마켓증권은 이날 글로벌 경기 침체의 영향으로 삼성전자의 4분기 영업이익이 7년여 만에 적자로 돌아설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반도체 부문의 대규모 적자가 불가피한 데다 액정표시장치(LCD) 사업에서도 손실을 볼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씨티그룹은 "반도체와 LCD총괄이 수요 위축에 따른 가파른 가격 하락 때문에 손실을 볼 것으로 보이고 휴대폰도 신흥시장 출하 둔화로 인해 판매 감소세가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무너진 수출시장…대책이 없다

글로벌 동반 경기 침체로 거의 모든 품목의 수출이 급감하고 있다. 내수와 수출의 동반 부진으로 눈덩이처럼 불어난 재고 소진을 위해 업종을 불문하고 잔업 중단,조업 축소에 나서는 기업이 줄을 잇고 있다. 삼성 현대ㆍ기아자동차 LG 등 대기업들이 인력감축이 없을 것이라고 밝혔지만 수출 급감세가 이어지면 '재고 누적→감산 확대→감원 본격화'의 악순환이 본격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미국 유럽 등 선진시장의 연말 특수를 기대하는 수출기업은 더이상 없다. 12월 들어 시장 분위기는 전달보다 오히려 악화되고 있다는 게 수출업체들의 한결같은 전언이다. 이달 들어 10일까지 수출(통관기준)실적은 전년 동기 대비 13.1%나 감소한 것으로 파악됐다.

국산차 업계 관계자는 "할부금융이 완전히 붕괴되면서 자동차 가전 등은 실수요자들조차 구매가 어려운 형편"이라며 "수출 여건이 갈수록 나빠지는데,어디가 바닥인지 도무지 예상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잘나가던 휴대폰 수출도 얼어붙고 있다. 지난달 휴대폰 수출액은 전달에 비해 36% 급감했고 이달에도 감소 추세가 이어질 것으로 업계에서는 보고 있다. 반도체와 LCD 등 핵심 IT제품들도 TV PC 등 전방산업의 수요 부진으로 직격탄을 맞았다. 이달 들어 TV용 LCD패널 가격이 전달보다 10% 안팎까지 하락한 가운데 재고만 쌓이고 있다.

유화업계도 재고가 누적되는 가운데 제품가격은 끝없이 추락,전전긍긍하고 있다. SK에너지 LG화학 호남석유화학 등은 "기초 원료인 나프타 가격이 6개월 만에 4분의 1 수준으로 추락하고 재고는 계속 불어나 재고자산 평가손이 늘어나고 있다"고 아우성이다.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은 지난달 한 척의 선박도 수주하지 못했다.

수출이 본격 흔들리면서 정부도 비상이다. 최근 지식경제부 핵심 관계자는 수출보험공사로 달려가 "중대한 과실 귀책사유가 없는 한 책임을 묻지 않겠다"는 공문을 보여주면서까지 수출기업들의 수출보험 확대 요구를 적극 수용할 것을 독려한 것으로 전해졌다.

◆멈춰서는 공장…커지는 감원 공포

르노삼성자동차는 지난 10일부터 3일간 부산공장 가동을 중단키로 했다. 당초 주5일 근무체제를 주4일 체제로 조정한 뒤 오는 24일부터 5일간 휴무(근무일수 기준)에 들어가기로 했으나 휴업일을 늘렸다. GM대우 부평2공장이 이달부터 한 달간 문을 닫기로 한 데 이어 쌍용차도 오는 17일부터 연말까지 전 생산라인을 세우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쌍용차는 앞서 관리직 순환휴가,비정규직 대규모 휴무 등의 조치를 취했다.

전자업체들도 속속 휴업에 동참하고 있다. 삼성SDI는 천안과 울산공장 가동을 19일부터 내년 초까지 멈추기로 했고 LG전자도 연구소와 일부 사업부를 제외한 대부분의 임직원들에 대해 25일부터 내년 1월4일까지 휴가를 가도록 했다. 삼성전자는 사업장별로 휴무 시기를 검토하고 있다.

앞서 하이닉스반도체는 임원 30% 감원과 함께 일반 직원을 대상으로 한 명예퇴직,무급휴가 실시 등 본격적인 구조조정에 착수했다. 타이어 철강 유화 등의 다른 수출업종들도 최근 본격적인 감산에 나섰거나 추진 중이다. 타이어 업계 관계자는 "아직은 감원 없이 위기를 견뎌내려는 회사들이 대부분이지만 수출 부진이 내년 상반기까지 계속된다면 버티기 힘든 기업이 속출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수언 기자 soo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