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합의한 내년 예산안 처리 시한을 하루 앞둔 11일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한치의 양보도 없이 대치를 계속했다.

SOC(사회간접자본) 예산 삭감 규모가 최대 쟁점이었다. 한나라당은 이미 삭감된 2000억원을 포함해 총 5000억원이 삭감 마지노선이라고 했고 민주당은 최소 1조원은 깎아야 한다고 맞섰다. 민주당이 불출석한 가운데 10일 처리된 4대 강 정비사업과 관련해서도 민주당은 재논의를 요구하고 있지만 한나라당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의 이사철 한나라당 간사는 "5000억원 가이드라인은 소소위를 구성하며 민주당이 합의했던 사항"이라며 "삭감규모를 갖고 논쟁을 벌이기 시작하면 12일까지 예산안 심사를 마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에 우제창 민주당 간사는 "처음부터 합의하지 않은 사실을 합의한 것인 양 들이미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반박했다.

이같이 좀처럼 의견접근이 이뤄지지 않자 한나라당은 강행처리를 적극 검토하고 있다.

이한구 예결특위원장(한나라당)은 "어떤 일이 있어도 11일 예결특위에서 예산안 심의를 끝내고 12일 본회의에서 처리하도록 한다는 약속은 지킬 것"이라며 "합의가 안되면 표결로 처리한다는 원칙에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이사철 간사도 "예산안이 꼭 여야 합의로 처리된 것은 아니다. 열린우리당이 여당이던 2004년과 2005년에는 한나라당의 불참 속에 일방 처리됐다"고 밝혔다. 김형오 국회의장은 이미 여러 차례 직권상정 가능성을 시사한 바 있다.

이에 정세균 민주당 대표는 "당이 아무것도 하지 않고 정부여당의 안을 통과시키는 것은 야당의 직무유기"라며 실력저지 가능성을 시사했다. 양당은 밤 늦게 의원총회를 잇따라 여는 등 소속 의원들을 국회에 집결시켰다. 지금까지 여야가 합의한 예산안의 삭감 규모는 1조6000여억원이다.

한편 종합부동산세법 개정안 등 감세 관련 법안을 심사하는 법제사법위원회에서도 민주노동당의 회의장 점거로 진통을 겪었다. 강기갑 대표를 비롯한 민노당 의원들은 오후 1시께 법사위 전체회의장을 점거해 다른 당 의원들의 진입을 막았다. 이후 합의 끝에 회의를 열고 감세법안과 상관없는 31개 법안만 처리됐다.

노경목/유창재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