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든 브라운 영국 총리가 “은행을 구했다”고 말한다는 게 “세상을 구했다”고 실언을 해 의회의 웃음거리가 됐다.

브라운 총리는 10일 의회에서 열린 주례 ‘총리와의 질의’ 시간에 데이비드 캐머런 보수당수로부터 정부의 금융위기 대책에 대한 비판을 받은 후 방어 논리를 펴던 중 “우리는 세상을 구했다”고 실언을 하는 바람에 야당 의원들의 조롱을 받았다.야당 의원들은 일시에 웃음을 터뜨리고 손을 번쩍 들어 함성을 지르며 여봐란듯이 총리의 실언을 즐겼다.당황해서 얼굴이 붉어진 브라운 총리는 곧바로 “우리는 은행을 구했다”고 정정했으나 야당 의원석의 함성에 묻혀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웃음바다가 된 야당 의원석의 소동이 진정된 후 브라운 총리는 “우리는 세계의 금융시스템을 구하기 위해 다른 나라와 협력했을 뿐만 아니라 실제로 어떤 예금주도 영국에서 돈을 한 푼도 잃지 않았다”며 정부의 금융위기 대책을 옹호했다.브라운 총리는 또 “야당은 우리가 세계를 선도해 금융시스템을 구했다는 사실을 좋아하지 않을지 모르지만 우리는 그렇게 했다”고 강조했다.

캐머런 당수는 총리의 실수를 즐기는듯 의석에서 일어나 “세상을 구하는 것에 대해 말하느라 총리는 너무나 바쁘다.그래서 그는 자신이 통치하는 이 나라의 일에 대해서는 망각했다”고 비난했다.

지난해 총리에 취임했을 때 브라운 총리가 내세운 슬로건 중 하나는 토니 블레어 전 총리처럼 화려한 수사나 홍보전을 펼치지 않는다는 뜻에서 “낫 플래시,저스트 고든(Not flash, just Gordon)”이었다.그러나 “세상을 구했다”고 실언하는 바람에 브라운 총리는 일시에 슈퍼히어로 ‘플래시 고든’이라는 새 별명을 얻게 됐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