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사례 중 장기적으로 사회의 효율성 증대에 기여할 것 같지 않은 것은?

① 여러 어부들이 공동으로 굴을 채집하던 것을 어부마다 구역을 나누어 자기 구역에서만 채집하도록 한다.

② 어떤 사고가 발생하여 누군가 책임을 져야 한다면 그 사고를 미리 예견하고 막을 수 있는 권한이 있었던 사람에게 책임을 묻는다.

③ 개인들의 계약이라도 예상치 못한 상황이 발생하면 해약할 수 있도록 허용해야 한다.

④ 개인들 간에 피해를 입히고 입은 경우가 발생하면 반드시 가해자에게 책임을 묻도록 한다.

⑤ 불가피한 경우가 아니면 모든 물건에 사유재산권을 확립해준다.

>>해설

제1회 테샛 시험에 출제된 이 문제는 시장이 작동하는 기본 원칙을 묻고 있다. 원칙을 제대로 이해하면 쉽게 답할 수 있지만 피상적으로 알고 있으면 오답을 피하기 어렵다. 사회의 효율성은 시장이 잘 작동될 때 높아진다. 효율과 형평을 모순되게 생각하는 사람이 많지만 형평과 정의는 결코 시장원리에 모순되지 않는다는 점도 기억해둘 필요가 있다. 시장에서는 거래의 규칙이 분명해야 하고 사유 재산권도 명확히 확립돼야 한다. 재산권이 분명하지 않을 경우 구성원들이 열심히 일할 동기를 갖지 못한다. 자원도 낭비된다. 이 문제에 대한 정답률은 26.5%에 불과했다. ③번이 정답이나 ①과 ④를 선택한 답안이 각각 22%,30.8%에 달했다.

①은 '공유지의 비극' 문제다. 예를 들어 마을에 공동 초지가 있을 경우 마을 주민들은 초지를 과다하게 사용해 결국 초지가 황무지로 변하게 된다는 것이 공유지 비극이다. 공유지의 비극을 막으려면 채취량을 규제하거나 소유권을 구성원들에게 분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어부들에게 구역을 나눠 주고 자기 구역에서만 굴을 채집토록 하면 채집량은 적절한 수준을 유지하고 그 결과 효율성이 높아진다. 보기 ②④⑤도 마찬가지다. '권한이 있는 사람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원칙은 정부 실패를 예방하는 조치다. '개인들 간에 피해를 입히고 입은 경우가 발생하면 반드시 가해자에게 책임을 묻도록 한다'거나 '불가피한 경우가 아니면 사유재산권을 인정한다'는 조치는 거래의 신뢰성을 높인다.

하지만 보기 ③처럼 '개인들의 계약이라도 예상치 못한 상황이 발생했을 경우 해약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면 사회는 어떻게 될까. 사회 구성원들은 계약이 제대로 지켜질까 우려하며 교환을 기피하게 되고 그렇게 되면 사회의 효율성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신뢰사회의 기반도 무너진다. 법에서는 사정이나 조건의 변경에 대해 면책을 두고 있지만 이 경우라도 보통의 예상치 못한 상황까지 포함하는 것은 아니다. 오답 중에는 ④를 선택한 답안이 많았다. 지문의 '반드시'라는 단어에 현혹되었기 때문이다. '반드시'는 예외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의미를 갖고 있어 자칫 틀린 설명으로 받아들이기 쉽다. 하지만 시장이 제대로 돌아가려면 피해 보상의 원칙이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

박주병 연구위원 jbpar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