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업법 개정을 통해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보유하고 있는 개인질병정보를 열람하고자 했던 금융위원회의 시도가 끝내 무산됐습니다. 정부는 9일 국무회의를 열어 건강보험 가입자의 질병정보를 보험사기 조사시 활용하는 조항을 빼는 대신 보험사 지급결제 업무 허용과 보험판매전문회사 설립 등을 담은 보험업법 개정안을 확정 의결했습니다. 금융위는 건강보험공단이 보유하고 있는 개인질병정보를 보험사기 조사에 활용하는 내용을 반드시 포함해야 한다고 요구했지만 보건복지가족부의 완강한 반대로 결국 뜻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이처럼 그동안 논란이 됐던 개인질병정보 열람권이 막판에 정부안에서 삭제됨에 따라 보험업법 개정의 핵심쟁점은 보험사 지급결제업무 허용과 보험판매전문회사 설립 문제로 좁혀지게 됐습니다. 마침 이날 금감원에서 열린 보험업법 개정 공청회에서는 보험사 지급결제 허용여부와 보험 판매 전문회사 설립 문제를 놓고 뜨거운 설전이 오갔습니다. 은행권을 대표해 참석한 이석호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보험사가 지급결제시스템에 참여해도 비용절감 효과는 미미할 것"이라며 "각종 인프라 구축비용과 리스크 때문에 오히려 소비자 비용부담이 증대될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 연구위원은 "보험사가 지급결제 점유율 확보 차원에서 고금리 상품을 출시하게 되면 대출금리만 오를 가능성이 크다"며 "전세계적으로 지급결제 업무는 은행 등 예금수취기관에 한정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에 대해 이태열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종합적인 고객 자산관리서비스를 제공해 소비자 효용을 높이기 위해 지급결제 업무 허용이 필요하다"며 "고객 자산을 관리하는 금융회사 중 은행과 저축은행, 금융투자회사 모두 지급결제시스템에 참여할 수 있는 상태에서 보험회사만 못하게 한다면 공정경쟁이라는 시장원리를 위배하는 것"이라고 반박했습니다. 이 연구위원은 또 시스템 리스크가 커진다는 은행권의 지적에 대해 “예탁금 등 특별계정을 두면 원금보전과 리스크관리가 얼마든지 가능하다"며 "저축은행도 지급결제리스크를 발생시키지 않았던 것은 이러한 예치제도가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은행과 보험 양측의 이 같은 주장에 대해 김태현 금융위 보험과장은 "금융업종간 공정한 경쟁기반 마련을 위해 지급결제 업무를 허용키로 했다"며 법 개정 취지를 설명했습니다. 김 과장은 또 “지급결제 자산의 구체적인 대상과 시행시기는 금융시장의 안정과 금융투자회사의 시행경과를 봐가면서 결정할 것”이라며 “지급결제용 자산은 보험상품 등과 분리계정으로 운영해 보험리스크가 지급결제용 자산으로 전이되는 것을 방지하겠다"고 말했습니다. 한편 보험업계는 지급결제업무 허용에 대해서는 찬성하지만 보험판매전문회사 도입은 '시기상조'라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습니다. 토론자로 나선 생명보험협회 정진택 상무는 전문회사의 보험료협상권 등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재검토해 줄 것을 요청했습니다. 정 상무는 “전문회사는 소비자의 선택권을 넓혀 준다는 명목보다는 도입으로 인한 부작용이 더욱 많다”며 “전문회사에게 보험료 협상권을 부여한다면 보험사가 전문회사에 종속되는 현상이 가속화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정 상무는 “현재 방카제도에서도 판매자가 보험사에게 단순히 과다한 수수료를 요구하는 수준을 넘어 판매자의 구미에 맞는 상품을 강요하고 있다”며 “전문회사도 이 같은 전철을 밟을 우려가 높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어 양두석 손해보험협회 상무도 보험판매전문회사가 생기면 보험시장 질서가 문란해지고 보험사와 소비자간 수요, 공급 질서가 붕괴될 우려가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양 상무는 “보험시장의 인위적인 제판분리나 새로운 독립채널의 도입보다는 기존 법인대리점에 대한 법규제를 점검·보완해 대형 법인대리점의 모집질서 문란행위 등 문제점을 근본적으로 방지할 수 있는 보완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또 “보험요율산출기관의 보험통계 통합 집적과 관련해 보험사의 정보제공을 의무화하는 개정안은 정보집중의 과잉과 남용이 우려되는 조항”이라며 “보험사의 정보제공 의무조항은 삭제하고 보험사와 요율산출기관간의 자율사항으로 일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제안했습니다. 박병연기자 bypark@wowtv.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