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강흠 <연세대 교수ㆍ경제학>

최악 가정한 시나리오 마련, 리더에 대한 믿음있어 가능

경제적으로 어려웠던 한 해의 끝에 서있다. 내수와 수출은 이미 침체국면에 접어들었고,환율은 치솟았으며,내년에도 생산과 소득의 감소 그리고 실업 증가 등 실적 악화는 불가피한 것 같다. 기업과 개인 모두 부채를 축소하는 디레버리징 과정에서 자산가격이 하락하는 자산 디플레이션 현상이 또 다른 금융부실과 소비위축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실물경제의 침체를 얼마나 인내해야 위기를 벗어날 수 있는지도 오리무중이다.

10년 전 외환위기 이후에도 IT버블 붕괴,9ㆍ11 테러,수출감소에 따른 경기 급락,가계부실과 카드채 위기,부동산 가격 급등으로 인한 소비 심리 위축,실업률 증가 등 크고 작은 경기 침체는 계속돼 왔으나 그런대로 경제는 굴러갔다.

그런데 최근 경제위기는 10년 전 외환위기에 비할 바 아니며 1930년대 경제 대공황 이후 최대 경제위기라고도 한다. 대공황을 겪은 미국은 그 이후 다우지수가 이전 최고 수준을 회복하는데 무려 4반세기나 걸렸고,일본의 현재 주가수준이 4반세기 전으로 후퇴한 사실을 감안하면 예사롭지 않다.

여기서 군사적 위기상황에 처했던 이순신 장군이 23전 무패의 승리를 거둘 수 있었던 요인들을 귀감으로 삼아 본다.

첫째,전쟁에 미리 대비했다. 여진족에게 패배한 경험을 교훈삼아 자만심을 버리고 철저히 전투에 임했다. 거북선과 포를 만들고 병사들을 훈련시켰다. 기업도 모든 가능성을 열어 두고 시나리오별로 대책을 수립해 실행계획을 준비해야 한다. 특히 제품개발을 소홀히 하지 말고 고객,직원,유통과의 관계도 꾸준히 유지해야 한다. 경기회복이 가시화된 시점에 시작하면 이미 시장을 잃은 뒤이다.

둘째,패배 위험이 조금이라도 있으면 전투에 임하지 않았다. 기업은 최악의 상황을 염두에 둔 시나리오를 준비해야 한다. 많은 중소기업을 옥죄고 있는 KIKO 상품의 구조를 살펴보면 환율이 특정 구간에서는 이익을 보나 일정 수준 이상 상승하면 손해를 보며 그 이외의 구간에서는 계약이 자동해지하게 설정되어 있다. 설마 환율이 그렇게 많이 오르겠는가 하는 안일한 생각으로 계약한 기업들은 낭패를 보고 있다. 최악의 시나리오에서도 회사가 감당할 수 있겠는가라는 리스크관리의 기본적인 질문에서 출발했다면 최악의 사태는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셋째,군대를 통합해 전선을 잘 정비해 둔 후 이길 수 있는 장소에서 지형을 잘 이용해 전투에 임했다. 기업도 필요에 따라서는 조직과 사업을 통합운용하고,핵심사업에 역량을 집중하며,자신 있는 시장을 선택해 최상의 전략을 구사해야 한다. 경기불황은 경쟁사에도 마찬가지이므로 경쟁사와 차이를 벌릴 절호의 기회이기도 하다. 우수한 인력 스카우트도 각별히 신경 써야 한다. 충분한 현금을 보유하고 있다면 경쟁사의 주가가 낮은 지금이 합병을 감행할 때이기도 하다. 당장 합병이 어렵다면 준비라도 해두어야 한다.

넷째,믿고 따르며 목숨을 아끼지 않는 백성들과 부하들이 있었다. 경영자의 리더십은 위기상황에서 빛을 발한다. 사업이 어렵다고 무분별한 비용 절감으로 시작해 무절제하게 인원을 감축하면 조직원의 불안과 갈등을 심화시켜 상황이 더욱 악화될 수 있다. 고용불안으로 겁을 먹고 있는 직원에게 끊임없는 대화를 통해 기업의 비전과 목표를 공유하며 실행계획을 알려주어 조직을 안정시켜야 한다. 경제가 어려울수록 직원들을 칭찬하고 격려하면 조직역량이 강화돼 성과로 반영되고 다시 칭찬할 일이 생기는 선순환 구조를 이룰 수 있다.

우수한 사원은 위기에서 진가를 발휘하므로 충분한 보상 속에 성취욕과 행복함을 느끼도록 해 주어야 한다. 그리고 냉철함 속에 희망이 미래를 열어 간다는 믿음을 심어 주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