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4대 경영키워드 제시
복잡성ㆍ취약성ㆍ기회ㆍ리더십 꼽아

세계적 경영컨설팅업체인 AT커니의 폴 로디시나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는 세계 경기침체가 앞으로 2년 정도 이어지겠지만 불황 속에서도 기업들에 성장 기회가 충분히 있다고 밝혔다. 또 시장 만능의 미국식 자본주의 시대가 마감되고,정부가 개입하는 '혼합형' 자본주의가 그 자리를 대신할 것으로 내다봤다. 2006년 9월부터 AT커니의 CEO를 맡고 있는 로디시나는 업계에서 최고 컨설턴트로 꼽힌다.

로디시나는 일본 경제주간지 동양경제(12월6일자)와의 인터뷰에서 내년 기업경영의 4대 키워드로 △복잡성(Complexity) △취약성(Vulnerability) △기회(Opportunity) △리더십(Leadership) 등을 꼽았다.

우선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제2차 세계대전 후 유지돼온 브레턴우즈 체제가 무너졌으나 대안이 아직 만들어지지 않아 세계경제 질서가 무질서하고 복잡해질 것으로 분석했다. 시장 혼란으로 당분간 각국의 성장과 개혁 스피드도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 유럽 등 각국의 실업률이 높아지고 보호무역이 강화돼 경영환경은 나빠질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호재도 적지 않아 기업들이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찾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로디시나는 각국 정부와 중앙은행이 경기부양을 위해 금융정책 완화와 재정지출 정책을 펼치고 있다는 점을 꼽았다. 또 신흥국들은 많은 외환보유액을 갖고 있어 국부펀드 등을 통한 사업기회도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유가의 하락 안정세도 경영 안정에 도움을 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로디시나는 "실업률이 뛸 우려가 있으나 글로벌 기업들로선 전례없이 많은 현금을 보유해 파산은 그다지 많진 않을 것"이라며 "지속적인 구조조정으로 감량 경영에 익숙한 기업들의 위기대응 능력은 한층 커졌다"고 진단했다. 그는 세계경제가 플러스 성장으로 돌아서려면 12~24개월 정도 걸릴 것으로 예측했다. 미국은 물론 각국의 정치 지도자들과 기업가들은 경제 위기를 탈출할 수 있는 리더십(지도력)을 보여야 한다고 촉구했다.

로디시나는 제2차 세계대전 종전 후 풍미해온 미국식 자본주의 시대가 저물고,'혼합형' 자본주의가 탄생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동안 세계경제를 주도해온 미국은 정치ㆍ경제 부문에서 자신감을 상실했으며,높은 레버리지(차입)에 의존하는 경제 체질 때문에 신용도가 낮아져 더 이상 글로벌 금융시장을 주도하기도 어려울 것이란 얘기다.

또 사회 불안을 막기 위해 글로벌 레벨에서 '사회 안전망'의 필요성이 커져 정부가 개입하는 '혼합형' 자본주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다만 지원이 많을수록 모럴 해저드도 커진다며 정부와 민간 등 경제 주체들이 적절한 대응책을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위기극복 과정에서 노ㆍ사ㆍ정 간 새로운 사회계약도 필요하다며 "후세 역사가들은 2008년 하반기부터 경제권력 중심이 민간에서 정부로 이동했다고 기록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인한 기자 jan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