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자동차 노조는 5일 경영위기 극복을 위해 회사가 추진 중인 혼류 생산(여러 모델을 한 라인에서 만드는 것) 등 유연 생산체제 구축에 합의했다. 현대자동차 GM대우 등의 노조도 고용 보장을 전제로 회사의 비상경영에 협조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글로벌 불황 파고 앞에서 강경 노선을 접고 '고용안정'을 택한 것이다.

기아차 노사는 글로벌 자동차 수요 급감에 대처하기 위해 공장별 생산물량 재배치 등 생산체제를 유연화하기로 의견을 모으고,이 같은 합의를 담은 발표문을 이날 내놨다. 기아차는 조남홍 사장과 김상구 금속노조 지부장이 참석한 가운데 이뤄진 이번 합의에 대해 "노사가 현재의 시장 상황을 심각하게 인식하고 위기 극복과 고용 안정을 위해 공동 노력하기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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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차 노사는 수요가 적은 카니발 라인에서 소형차 프라이드를 혼류 생산하기로 합의한 데 이어 주문이 밀려 있는 준중형차 포르테도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모하비와 쏘렌토를 생산하는 라인에서 같이 만들 필요가 있다는 데도 공감했다. 이에 따라 이달 중순께부터 소하리1공장에서 카니발과 프라이드가,내년 1분기 중에는 화성1공장에서 모하비 쏘렌토 포르테가 함께 조립돼 생산 효율이 크게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 노조도 고용 안정을 최우선 과제로 삼되,위기 극복을 위해 회사 측에 최대한 협조할 것이라고 밝혔다. 장규호 노조 공보부장은 "국내외 시장 상황을 고려할 때 외환위기 이후 최대의 위기라는 데 모두 공감하는 분위기"라며 "사측에서 내년 생산계획을 세운 뒤 노사 간 대타협을 제의하면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GM대우 노사도 대타협을 추진 중이다. 쌍용차 노사는 지난 10월 말 탄력적 생산라인 운영 및 생산인력 전환 배치에 이미 합의했다.

완성차 5사는 지난달 승용차 내수와 수출 물량이 전년 동월 대비 각각 27.8%와 14.8% 줄어들면서 가동 중단 및 조업 단축 계획을 잇따라 발표한 상태다.

김수언 기자 soo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