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콩을 강타한 '감원' 태풍 글로벌 금융기업들의 아시아지역 본부가 밀집된 홍콩. 국제 금융 도시답게 지하철 역 곳곳에서 증권방송을 볼 수 있습니다. 연말의 들뜬 분위기가 한창이어야 하지만 올해는 상황이 밝지만은 않습니다. 미국발 금융위기로 대규모 감원바람이 불어닥친 겁니다. “ 저는 지금 홍콩 금융가의 중심지 센트럴에 나와 있습니다. 직장인들이 모여 앉은 곳마다 감원 이야기를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습니다. ” 제시카 러/ 금융인 “ 지금까지 HSBC와 씨티뱅크 등에서 감원을 진행했다. 또 놀랍게도 홍콩에서 긴 역사를 가진 광고회사나 영화회사들도 많은 인원을 감원했다.” HSBC 홍콩 법인이 추가로 450명을 해고한 데 이어 골드만삭스와 스탠다드차터드, JP모건 등 내로라하는 외국계 금융회사들이 구조조정을 단행했습니다. 감원 여파로 실업률도 상승하면서 홍콩 통계청이 발표한 내년도 실업률 전망치는 5%까지 치솟았습니다. 이주상 / 삼성증권 홍콩 법인장 “중국 자본시장이 발전하면서 아시아계 많은 인력을 채용했는데 내년도 시장이 안 좋을 것 같으니까 채용했던 인력을 조정한다. ” 금융 위기 한파는 일반 시민들에게도 불어 닥쳐 펀드 손실은 홍콩에서도 사회적 문제로 불거진 상황입니다. 로렌스 왕 / 법률 사무장 “ 나이든 어르신 중에는 전 재산을 펀드에 투자했다가 손실을 봐서 은행에 가서 따진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그들이 성공했는지는 모르겠다. ” “ 금융위기로 인한 고용불안과 투자 손실은 홍콩 시민들의 주머니 사정을 녹록치 않게 하고 있습니다. ” # ‘연말 특수 실종’ 실물경제 침체 홍콩 시민 “ 식당들이 도산하고 있고, 가게들도 문을 닫고 있다. 나에게 좋은 점이라면 세일이 빨리 시작됐다는 것이다.” 관광객을 대상으로 하는 상점가. 예년보다 일찍 할인행사를 시작했습니다. 금융불안으로 소비심리도 얼어붙으면서 관광객들의 발길이 줄었기 때문입니다. 톰 왕/ 전통의상점 사장 “ 전세계적 경제 침체로 여행객들이 많이 줄면서 세일도 빨리 시작했다.” 김석걸/ 홍콩한인여행업협의회장 “ 작년에 비하면 관광객이 1/10수준으로 줄었다. ” 홍콩 경제의 축인 금융과 관광 산업이 잇따라 타격을 받은 만큼 내수소비가 원 활하게 돌아가야 하지만 이마저도 어렵습니다. 내수 침체를 확인할 수 있는 바로미터는 식당. 홍콩 침사초이의 한 한국 식당을 방문한 결과 증시에 민감한 홍콩인들에 대해 한 가지 재밌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유 석/ 한국식당 사장 “ 주식이 오를 때는 두 사람이 3-4접시 시키는데 주식이 떨어지면 1-2 접시 나눠먹는 격이다. (증시에 예민한가요?) 예민하다.” 실제로 홍콩에서는 금융위기가 본격화된 지난 10월 이후부터 주요 지역의 음식점 매출액이 30%이상 급감했습니다. 금융불안과 경기침체는 학생들의 미래에도 먹구름을 드리웠습니다. 게리 러/ 대학 졸업생 (경제학) “ 2009년 졸업예정자는 지금이 구직 시즌인데 취업하기가 쉽지 않다. 일부 기업들의 경우 채용을 적게 하거나 봉급이 적을 수도 있다는 점을 감안해야 하는 상황이다.” 홍콩 정부는 2003년 사스 발생 당시 대규모 세금을 환급하면서 소비 진작을 독려했지만 이번 금융위기에 대해서는 아직 관망세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결국 시민들은 스스로 소비를 줄이는 방식으로 최악의 상황을 대비중입니다. 그렇다면 경기 침체의 출발점인 홍콩 금융권에서는 어떤 대비책을 세우고 있을까 # 금융권, "위기가 곧 기회" 올 들어 홍콩에 진출한 미래에셋증권 리서치센터. 홍콩과 뉴욕, 런던을 잇는 글로벌 리서치 네트워킹 구축을 야심차게 준비했지만 홍콩에 첫 발을 내딛자마자 금융위기 직격탄을 맞았습니다. 하지만 이번 위기가 오히려 기회가 된다는 설명입니다. 이정호 / 미래에셋증권 홍콩 리서치센터 상무 “ 경쟁사들이 주춤하는 사이에 내실을 다져서 장이 회복된 이후 강력하게 리서치 업무를 시작할 수 있다고 기대하고 있다. ” 홍콩을 거점으로 IB사업 강화에 나선 삼성증권도 비슷한 전망을 내놨습니다. 이주상 / 삼성증권 홍콩 법인장 “중국 기업들이 정부 보유 지분이 많기 때문에 중국 증시가 호전되면 정부 지분을 매각해야 하고 이를 중국에서만 소화하기 어렵기 때문에 홍콩 증시를 자금 조달 창구로 이용할 것으로 본다. ” 그렇다면 이번 금융위기를 바라보는 현지의 시각은 어떨까. 홍콩 현지 금융인들은 장기적인 시각과 보수적인 자산운용을 해법으로 제시합니다. 포라 챈/ BOCI자산운용 매니저 “ 대부분 기관들은 이번 위기를 단기간에 끝날 것으로 보고 있지 않다. 이번 상황은 98년 위기와는 성격이 다르다. 정부의 대응에 대해서도 다른 시각으로 접근하고 있다.” 폴린 단 / 삼성투신운용 홍콩법인 CIO " 텔레커뮤니케이션과 대부업, 식당과 슈퍼마켓 체인 등 내수 소비 관련 투자를 우선시할 생각이다." 일각에서는 한 발 더 나아가 현 상황을 역내 신규 시장 진출에 최적기로 보고 있습니다. 뱅상 트루이아 페로/ 비앤피파리바자산운용 홍콩 대표 “ 경쟁사들이 아시아에 대한 사업 계획을 줄이고 있기 때문에 오히려 투자 기회가 될 것이다. 시장이 회복될 때를 대비해 지금 시작하자는 것이 우리의 계획이다. ” 홍콩의 금융인들은 이번 금융위기 여파가 단시일내 해소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하지만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지역의 성장성에 대해서는 여전히 높게 평가하면서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있습니다. 홍콩에서 WOW-TV 뉴스 신은섭니다. 신은서기자 esshin@wowtv.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