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기업의 35%가 흑자 부도 위험에 놓인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된 12월 결산 법인 629개를 대상으로 지난 9월 말까지 누적 실적을 조사한 결과 영업이익을 내고도 현금 흐름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기업이 34.8%에 달했다고 4일 밝혔다. 이는 외환위기 때인 1997년(23.1%)보다 높은 수치다. 물건을 팔고도 경기 침체 등으로 인해 판매대금을 받지 못해 자금난을 겪는 기업이 그만큼 많다는 의미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경기 침체로 기업들의 사정이 점점 나빠지고 있다"며 "은행들이 돈을 빌려주지 않으면 흑자 부도를 내는 기업이 늘어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은행도 이날 상장ㆍ등록기업 1624개의 3분기 매출액 대비 세전수익률이 2.8%에 그쳤다고 밝혔다. 1000원어치의 물건을 팔아봐야 세전 순이익이 28원에 불과하다는 의미다. 이는 관련 통계를 분기별로 작성한 2003년 1분기 이후 5년6개월 만의 최저치다. 2분기 이 비율은 6.7%였다.

한은 관계자는 "수출 호조 등으로 기업들의 3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29%가량 증가했지만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원가 부담이 늘어난 데다 각종 환차손 등으로 수익성은 2분기보다 크게 나빠졌다"고 설명했다. 실제 3분기 영업외손실 8조7400억원 중 통화옵션 상품인 키코 등 외환손실이 8조3000억원으로 95%에 달했다.

영업이익으로 금융비용을 부담하는 능력을 뜻하는 이자보상비율도 급락했다. 제조업의 경우 2분기 941%에서 3분기 622%로 떨어졌다. 이자보상비율이 0% 미만인 기업,즉 적자기업의 비중은 전체 제조업 중 30.8%로 전분기(26.3%)보다 늘었다.

기업들의 재무구조도 악화됐다. 지난 9월 말 현재 조사 대상 기업의 부채비율은 104.3%로 6월 말보다 8.9%포인트 상승했다. 부채비율이 100%를 넘어선 것은 2004년 2분기(102.5%) 이후 처음이다.

김현예/주용석 기자 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