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예산안은 도대체 언제쯤이나 정쟁의 볼모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인가. 12월2일로 헌법에 명시(明示)된 시한이 또 어겨졌는데도 여야가 국회에서 그간 해온 행태를 보면 예산안 처리가 언제나 될는지 알 수 없어 답답하기만 하다. 이러다가는 대공황 이후 최악의 세계적인 경제위기 한가운데서 재정 정책이라는 위기 극복의 가장 중요한 수단을 제때 못쓰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떨치기 어렵다.

한나라당과 민주당 등 여야는 당초 이번주부터 예결위내 계수조정소위를 열어 내년 나라살림을 심의하기로 했었다. 그래도 늦은 것이지만,이번주에 심의를 하고 8일 예결위 의결,9일 본회의 의결 처리로 실무라인 사이에 일정까지 대체로 합의됐었다. 그런데 정세균 대표 등 지도부가 제동을 걸고 나서면서 이 귀중한 때 어제까지 나흘간을 그냥 보냈다. 지금으로서는 이 일정은 공수표가 불가피해 보인다. 일부 입장변화가 엿보이긴 하지만 국가적 위기에서 당 지도부가 강경 노선을 주도한 것은 분명 온당치 못한 일이다.

경제위기를 맞아 1분을 아껴 쓰겠다는 오바마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행보가 그동안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는 말인가. 더구나 민주당은 한나라당이 계수조정소위 활동을 강행할 경우 전 상임위 활동을 거부하겠다는 초강경책도 들고 나왔었다. 밤을 세워 들여다봐도 산더미같은 예산자료의 10분의 1도 못 들여다볼 판에 파업투쟁을 선언한 것과 뭐가 다른가. 이런 지경이니 민주당내 일부 중진들조차 "예산에 보완할 점은 있지만 무한정 미룰 수 없다"는 의견을 내놓았고 "대정부 투쟁만 강화한다고 야당 지지가 오르는 것은 아니다"며 자당 지도부의 '예산안 투쟁'에 쓴소리까지 했던 것이다.

내년도 예산안을 정해진 일정에 따라 순조롭게 처리하느냐,과거처럼 세밑 끝까지 미루어 예산집행이 늦춰지느냐에 따라 지금 민생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결코 작지 않다. 경제성장이 0.5%포인트씩 왔다갔다 한다는 국책연구소의 분석도 있다. 가뜩이나 하루하루가 다급한 판에 야당이 국정(國政)의 발목만 잡는다는 지적을 받아서는 곤란하다.

한나라당 역시 이제부터라도 위기 의식을 좀더 강하게 가질 필요가 있다. 여야간 합의로 조속한 예산안 처리를 당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