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영 전 통일부장관은 2일(이하 현지시각) 북한의 남북통행 제한과 개성공단 상주인력 축소조치와 관련, "북한이 만일 개성공단을 폐쇄할 경우 국제적 신뢰도 잃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듀크대에서 연수중인 정 전 장관은 이날 로스앤젤레스캘리포니아대(UCLA) 한국학연구소 초청으로 이 대학에서 열린 특강에서 "국제사회에서 신용과 신뢰가 중요하며 한번 맺어진 계약과 신뢰를 깨뜨리면 그것을 되살리는데 엄청난 비용이 든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그는 "개성공단은 남북한과 미국 모두에게 중요하다"고 밝히고, "특히 북한 입장에서 핵 문제를 해결하고 북미관계와 북일관계가 정상화되면 경제개발을 해야하는데 그때 개성공단이 닫혀있으면 얼마나 답답하겠느냐"면서 개성공단을 절대 폐쇄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통일장관 재임 시 개성공단 조성의 주역이었던 정 전 장관은 미국으로서도 북미대화를 통해 핵 문제를 풀고 북한을 경제적으로 도와줘야 할 때 개성공단이 든든한 보루가 될 수 있다며 개성공단의 중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그는 이날 `한반도의 제4 물결'이란 제목의 특강에서 통일장관으로 있을 때의 남북관계 경험과 부시 행정부의 대북정책, 개성공단 건설과정 등을 설명하면서 버락 오바마 차기 미 행정부가 북한 문제에 대해 포괄적 해법을 제시할 것을 주문했다.

정 전 장관은 "오바마 행정부는 핵 문제 뿐아니라 정치, 경제, 안보 문제에 관한 일련의 협상 보따리를 마련해 북한에 줄 것은 주고 받을 것은 받는 포괄적인 접근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서는 빌 클린턴 전 대통령과 매들린 올브라이트 전 국무장관 같은 인물을 북한 특사로 임명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것이라고 그는 제안했다.

그는 이어 6자 회담을 통해 핵 문제를 풀고 나아가 그것을 유럽안보협력기구(OSCE) 같은 동북아 지역의 지역안보협력체제로 발전시키는 비전을 오바마 대통령이 제시한다면 공존과 평화를 위한 획기적인 업적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 전 장관은 이날 강연에서 올해 미국 선거를 보고 느낀 점을 묻는 말에 "존 매케인 후보의 패배 연설이 훌륭했다고 생각한다"라면서 자신은 지난해 선거에 패배한 후 그렇게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정 전 장관은 LA에 이어 샌프란시스코를 방문, 스탠퍼드대와 UC버클리에서 강연 하고 오는 11일에는 뉴욕으로 건너가 코리아소사이어티에서 강연할 예정이다.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최재석 특파원 bondo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