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창근 칼럼] 사람 바꾸는게 상책은 아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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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창근 <논설실장 kunny@hankyung.com>
시장불신 걷어내는 것이 급선무, 오바마식 탕평인사 생각해볼만
미국 오바마 차기 대통령이 경제팀에 이어 외교ㆍ안보 내각과 백악관 참모진을 공식 지명함으로써 핵심 요직 인선이 마무리됐다. 알려진 그대로 '라이벌들의 조합'(team of rivals)이다. 거국내각이요,탕평(蕩平)인사인 셈이다.
"1분도 허비할 여유가 없다"며 미리 가동한 경제쪽 '드림팀'은 일단 시장의 호의적 반응을 얻었고,최대의 정적이랄 수 있는 힐러리 클린턴을 국무장관으로 영입한 것도 탁월한 인선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때가 때이니 만큼 우리로서도 지대한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오바마의 역할모델이 미국의 가장 위대했던 대통령 링컨임은 말할 것도 없다. 기실 오바마는 링컨처럼 일리노이주 상원의원이었고,그의 대선 출정식도 링컨이 살았던 일리노이 주도(州都) 스프링필드의 옛 의사당 앞에서 이뤄졌다. 1858년 링컨이 대선에 나서면서 역사적인 '분열된 집(divided house)' 연설을 했던 곳이다. 대통령 당선 직후 오바마는 "우리는 국민의,국민에 의한,국민을 위한 정부가 지구상에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며 링컨의 게티스버그 연설을 인용했을 정도다.
링컨이 그의 정적들을 끌어안아 남북전쟁의 국난을 극복한 용인술(用人術)에 대해서는 이미 여러 차례 조명된 바 있다. 몇몇 인물 가운데 에드윈 스탠튼의 경우를 대표적인 사례로 들 만하다. 훗날인 1890년대 1달러 지폐의 도안인물로 역사에 족적을 남겼지만,스탠튼의 링컨에 대한 적대적 혐오감은 지나쳤던 것 같다. 노예제도를 반대한다는 단 하나의 공통점 말고는 사사건건 링컨을 헐뜯고 가장 심한 언사로 링컨을 경멸했다. '비천하고 교활한 촌뜨기(low cunning clown)''빼빼 마른 무식한 놈(lunky ignorant fellow)''고릴라(original gorilla)' 등의 표현이 그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링컨은 가장 중요한 자리인 전쟁장관에 그를 기용했고,비난이 빗발치자 "스탠튼이 내게는 아무 도움이 되지 않지만 국가에 도움되는 사람이다"고 대답했다고 한다.
'오바마 효과'일까,우리나라에서도 개각론이 무성하다. 박근혜 총리론이 나오고,경제팀 교체론은 이미 대세(大勢)다. 사람 바꾸는 게 상책이 아닌데도 자꾸 인적 쇄신과 내각 개편이 거론되는 것은 국민이 더 이상 정부를 믿지 않는다는 얘기나 다름없다.
시장이 무너지고 민생은 절박한 위기를 호소하고 있는데도 정부는 여전히 무기력하다. 시장은 '신속ㆍ과감ㆍ충분'한 대책을 요구하지만 정부 대응은 한 박자씩 늦고,대통령이 직접 나서 불안에 떨지 말고 주식을 사라고 외쳐도 시장은 거꾸로 받아들인다. 시장에 책임 있는 정부의 존재는 없고,정체불명의 '미네르바'가 던지는 말 한마디에 오히려 더 귀를 기울이는 기이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눈코 뜰 새 없이 열심히 일하는 장관 본인들은 억울하겠지만 시장이 거부반응을 보이는 데야 어쩌겠는가.
그래서 지금 가장 급한 것은 시장의 불신부터 걷어내고,비상한 위기를 헤쳐 나가기 위해 국민역량을 한데 모으는 계기를 마련하는 일이다. 국민과 시장의 신뢰를 받을 수 있고,위기관리 능력과 식견 경륜을 가진 인물을 끌어와야 한다. 야당쪽 사람이면 어떻고,옛 정권 인사면 또 어떤가. 재사(才士)를 모셔 오지 못한다면 지혜라도 빌려와야 한다. 앞뒤 재고 있을 여유가 없다.
그것만으로도 부족하다. 대통령이 모든 일을 앞장서 챙기면서 만기친람(萬機親覽)할 수는 없고 바람직하지도 않다. 유능하고 용기 있는 사람에게 믿고 맡겨야 한다. 그것이 인사의 실용(實用)이고 땅에 떨어진 시장의 신뢰를 되살리는 길이다. 라이벌들을 끌어 모은 오바마식 탕평인사가 상징성보다 실용성이 돋보인다는 평판을 받는 이유를 생각해 볼 일이다.
시장불신 걷어내는 것이 급선무, 오바마식 탕평인사 생각해볼만
미국 오바마 차기 대통령이 경제팀에 이어 외교ㆍ안보 내각과 백악관 참모진을 공식 지명함으로써 핵심 요직 인선이 마무리됐다. 알려진 그대로 '라이벌들의 조합'(team of rivals)이다. 거국내각이요,탕평(蕩平)인사인 셈이다.
"1분도 허비할 여유가 없다"며 미리 가동한 경제쪽 '드림팀'은 일단 시장의 호의적 반응을 얻었고,최대의 정적이랄 수 있는 힐러리 클린턴을 국무장관으로 영입한 것도 탁월한 인선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때가 때이니 만큼 우리로서도 지대한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오바마의 역할모델이 미국의 가장 위대했던 대통령 링컨임은 말할 것도 없다. 기실 오바마는 링컨처럼 일리노이주 상원의원이었고,그의 대선 출정식도 링컨이 살았던 일리노이 주도(州都) 스프링필드의 옛 의사당 앞에서 이뤄졌다. 1858년 링컨이 대선에 나서면서 역사적인 '분열된 집(divided house)' 연설을 했던 곳이다. 대통령 당선 직후 오바마는 "우리는 국민의,국민에 의한,국민을 위한 정부가 지구상에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며 링컨의 게티스버그 연설을 인용했을 정도다.
링컨이 그의 정적들을 끌어안아 남북전쟁의 국난을 극복한 용인술(用人術)에 대해서는 이미 여러 차례 조명된 바 있다. 몇몇 인물 가운데 에드윈 스탠튼의 경우를 대표적인 사례로 들 만하다. 훗날인 1890년대 1달러 지폐의 도안인물로 역사에 족적을 남겼지만,스탠튼의 링컨에 대한 적대적 혐오감은 지나쳤던 것 같다. 노예제도를 반대한다는 단 하나의 공통점 말고는 사사건건 링컨을 헐뜯고 가장 심한 언사로 링컨을 경멸했다. '비천하고 교활한 촌뜨기(low cunning clown)''빼빼 마른 무식한 놈(lunky ignorant fellow)''고릴라(original gorilla)' 등의 표현이 그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링컨은 가장 중요한 자리인 전쟁장관에 그를 기용했고,비난이 빗발치자 "스탠튼이 내게는 아무 도움이 되지 않지만 국가에 도움되는 사람이다"고 대답했다고 한다.
'오바마 효과'일까,우리나라에서도 개각론이 무성하다. 박근혜 총리론이 나오고,경제팀 교체론은 이미 대세(大勢)다. 사람 바꾸는 게 상책이 아닌데도 자꾸 인적 쇄신과 내각 개편이 거론되는 것은 국민이 더 이상 정부를 믿지 않는다는 얘기나 다름없다.
시장이 무너지고 민생은 절박한 위기를 호소하고 있는데도 정부는 여전히 무기력하다. 시장은 '신속ㆍ과감ㆍ충분'한 대책을 요구하지만 정부 대응은 한 박자씩 늦고,대통령이 직접 나서 불안에 떨지 말고 주식을 사라고 외쳐도 시장은 거꾸로 받아들인다. 시장에 책임 있는 정부의 존재는 없고,정체불명의 '미네르바'가 던지는 말 한마디에 오히려 더 귀를 기울이는 기이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눈코 뜰 새 없이 열심히 일하는 장관 본인들은 억울하겠지만 시장이 거부반응을 보이는 데야 어쩌겠는가.
그래서 지금 가장 급한 것은 시장의 불신부터 걷어내고,비상한 위기를 헤쳐 나가기 위해 국민역량을 한데 모으는 계기를 마련하는 일이다. 국민과 시장의 신뢰를 받을 수 있고,위기관리 능력과 식견 경륜을 가진 인물을 끌어와야 한다. 야당쪽 사람이면 어떻고,옛 정권 인사면 또 어떤가. 재사(才士)를 모셔 오지 못한다면 지혜라도 빌려와야 한다. 앞뒤 재고 있을 여유가 없다.
그것만으로도 부족하다. 대통령이 모든 일을 앞장서 챙기면서 만기친람(萬機親覽)할 수는 없고 바람직하지도 않다. 유능하고 용기 있는 사람에게 믿고 맡겨야 한다. 그것이 인사의 실용(實用)이고 땅에 떨어진 시장의 신뢰를 되살리는 길이다. 라이벌들을 끌어 모은 오바마식 탕평인사가 상징성보다 실용성이 돋보인다는 평판을 받는 이유를 생각해 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