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TI 5개월새 100弗이상 빠지자
투기세력 유조선까지 빌려 저장

국제유가가 5개월 새 배럴당 무려 100달러가 떨어졌다. 이처럼 유가가 급락하면서 국제 투기꾼들이 원유 사재기에 나서 내년에 사상 최악의 오일 쇼크가 재연될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미 경제주간지 포천이 2일 보도했다.

미국 일부 원유거래 회사들은 배럴당 50달러 아래로 떨어진 원유를 사들여 육상 저장시설에 채우고 있으며,저장시설이 모자라 200만배럴 규모의 대형 유조선을 임차해 원유를 보관하고 있다. 이 같은 원유 사재기는 사상 최고 수준으로 유가가 급등했던 지난 7월보다 더 큰 규모여서 조만간 원유 수급에 차질을 빚게 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이 잡지는 분석했다.

유가 하락을 악용한 투기꾼의 원유 사재기는 원유 선물시장의 거래 상황과 관련돼 있다. 이와 관련,골드만삭스는 '국제유가 동향' 보고서를 통해 11월물 원유 선물 가격이 현물시장에 비해 배럴당 12달러 높게 형성돼 있어 투기꾼들의 원유 사재기가 극성을 부렸다고 전했다. 선물과 현물 가격 차가 클수록 투기꾼들이 차익을 노리고 사재기에 가담해 현재대로라면 배럴당 12달러의 이익을 챙길 수 있다.

2005년과 2006년에도 선물과 현물 가격 차를 노린 원유 사재기가 유행한 적이 있다. 당시 투기꾼들은 각국의 원유 저장시설을 임차해 막대한 양의 원유를 저장해뒀다. 이들은 2007년 들어 선물과 현물 간 가격차가 없어지자 저장된 원유를 시장에 내다 팔았다.

국제유가(WTI 기준)는 2일 현재 배럴당 46.96달러로,2005년 5월20일 이후 최저치로 떨어졌다. 올 7월 초 사상 최고치인 147.27달러에 달했던 유가는 4개월 만에 68%가량 곤두박질치면서 100달러 이상 하락했다. 한국이 주로 수입하는 두바이유도 42.56달러로 3년9개월 만에 최저 수준을 보였다.

최인한 기자 jan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