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애재무설계가 단순히 재테크를 의미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둘 사이에는 차이점이 있다. 돛단배에 비유하자면 재테크는 일단 바다 위에 배를 띄워놓기만 하고 불어오는 바람에 모든 것을 의지해버리는 것이다. 바람이 잘 불 때에는 문제가 없으나 바람이 멈추면 더 이상 이동이 불가능하다. 생애재무설계는 목적지가 정해져 있으며 긴 항해를 준비하는 돛단배다. 목적지까지 갈 연료와 식량을 배에 싣고 가며 이를 적절히 나눠 사용할 줄도 아는 여정인 것이다.

재테크의 관점에서만 생각하다 보면 뚜렷한 목표 없이 돈을 모으는 데 집착하거나 대박환상에 빠져 '몰빵'식 투자를 하는 경향이 생기게 된다. 수익률이 잘 나는,주변에서 많이 가입하는,최신 유행의 금융 상품에 투자하는 식이다. 고수익을 내는 상품 선택에만 집착해 삶이 아니라 돈 자체가 목적이 돼버리는 경우가 허다하다.

반면 생애재무설계를 하게 되면 주택.교육.노후자금 등이 필요한 시기와 규모 등에 대한 계획을 미리 짜고 그에 맞춰 돈을 모을 수 있게 된다. 절대적인 수입과 상관없이 주어진 여건 속에서 나만의 재무전략을 짜고 꾸준히 실천해 나가도록 한다는 점에서 일회적인 재테크와 다르다.

생애재무설계도를 갖게 되면 미래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에서 벗어날 수 있는 장점도 있다. 두렵더라도 회피하지 않고 가계 재무 문제의 처음과 끝을 정확하게 따져볼 수 있어서다.

이태훈 기자 bej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