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국제강, 브라질제철소 연기
포스코, 베트남·인도 '천천히'
동부제철, 당진공장 자금 갈증


#1.장세주 동국제강 회장은 작년 말 브라질 광산업체인 발레(옛 CVRD)와 현지에 일관제철소를 짓기로 합의하고 착공시기를 지난 10월로 잡았다. 두어달 뒤인 2월엔 두 회사간 합작회사도 설립했다. 하지만 올 한 해가 다 지나가도록 아직 첫삽을 떴다는 얘기는 없다.

#2.이명박 대통령이 일본을 방문한 지난 7월8일.만모한 싱 인도 총리는 이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포스코의 인도제철소 건설 사업이 8월 중 착공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사흘 뒤 열린 포스코 2분기 기업설명회(IR)에서 이동희 부사장(CFO)은 "광산 탐사권 등을 확보하는 일이 남았지만 다음 달(8월) 중에는 결론이 날 것"이라고 화답했다. 그러나 아직 인도에서는 '반가운 소식'이 들리지 않는다.

주요 철강회사들의 대규모 투자 프로젝트가 잇달아 차질을 빚고 있다. 글로벌 경기침체로 철강시장이 크게 위축된데다 자금시장도 꽁꽁 얼어붙었기 때문이다.

◆서둘러 추진할 필요없다

동국제강은 발레와 합작으로 300만t 규모의 일관제철소를 건설,여기서 생산되는 슬래브(후판용 중간재) 가운데 100만t 이상을 들여올 계획이었다. 고질적인 슬래브 조달난을 한 방에 해결하려는 의도였다.

그러나 여러 변수가 불거지면서 일정이 틀어졌다. 가장 큰 요인은 글로벌 경기침체.브라질 경제가 예전보다 힘을 잃은데다 철광석 유연탄 등 원재료 가격 하락으로 발레의 사정도 악화됐다. 4월에 공동투자 의사를 밝힌 일본 철강업체 JFE와의 최종 합의도 예상보다 길어지고 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두 회사가 지분율과 슬래브 배분 비율 등을 놓고 의견차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동국제강 관계자는 "브라질 프로젝트를 반드시 성공시킨다는 원칙에는 전혀 변함이 없다"며 "다만 시장상황이 변한 만큼 좀 더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이젠 장기전이다

포스코는 베트남과 인도 프로젝트를 모두 '장기전'으로 전환했다. 건설 예정부지였던 베트남 반퐁만은 사실상 어렵게 됐다는 분위기다. 포스코 관계자는 "베트남 정부가 반퐁만 이외 지역을 검토해 달라고 요청한 만큼 2006년부터 추진했던 베트남 프로젝트는 다시 원점으로 돌아온 셈"이라고 설명했다. 포스코는 당초 50억달러가량을 반퐁만에 투입해 2013년까지 연산 400만t 규모의 제철소를 지을 계획이었다.

인도의 사정도 마찬가지다. 인도의 복잡한 행정 절차와 원주민들 이주 문제 등이 겹치면서 제철소 건설 프로젝트가 안갯속으로 빠져들었다. 산림용지 해제 등 조금씩 성과가 나타나고 있지만 걸음이 느리다.

◆불어나는 자금 부담

작년 11월 충남 당진에 전기로 제철공장을 짓기 시작한 동부제철은 투자금 증가로 고민하고 있다. 동부제철 관계자는 "원재료 가격과 환율 상승 등으로 전기로 건설을 위한 투자금액이 당초 예상보다 늘어났다"고 말했다. 대출을 받으려고 해도 은행 문턱이 요즘 들어 부쩍 높아졌다. 설비투자를 위한 신용장 개설마저 쉽지 않다.

회사채 시장을 두드리기도 했지만 성과는 기대 이하다. 지난달 6일 회사채를 발행한 동부제철은 연 10%의 금리에 200억원을 동원하는 데 그쳤다.

동부제철의 당진 전기로 제철소는 현재 공정 진행률이 60% 수준이다. 완공되면 연간 300만t 규모의 열연강판을 뽑아내게 된다. 동부제철은 내년 7월부터 상업생산에 들어갈 예정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당초 철근 생산설비까지 만드는 방안을 검토했지만 투자리스크가 너무 높다는 판단에 따라 접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고환율이 지속될 경우 자금압박을 받을 우려가 있다"고 설명했다.

안재석 기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