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어제부터 대부분의 국내 공장에서 주말 특근과 잔업을 중단했다. GM대우도 어제 부평공장의 일부를 생산중단한 데 이어 이달중 국내 전 공장이 한시적인 전면 생산중단에 들어가는 등 국내 자동차 5사들이 본격적인 감산(減産) 체제에 돌입하기 시작했다. 40년 한국 자동차산업사에 유례없는 비상국면에 들어선 것이다.

어제 발표된 자동차업계의 11월 판매량이 떨어진 것을 보더라도 지금으로서는 감산체제가 불가피해 보인다. 더구나 글로벌 금융ㆍ경제위기의 여파로 해외사정이 계속 나빠지고 있어 조업단축은 단기적으로,일회성으로 끝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우려가 커지는 상황이다. 자동차업계의 조업단축은 완성차 회사만의 일이 아니라는 점에서 큰 문제다. 수많은 중소 협력업체들은 물론이고 타이어ㆍ철강업계 등으로 감산의 파장이 커져갈 수밖에 없어 걱정이다.

자동차업계에 불어닥친 불황이 물론 우리만의 일은 아니다. 세계 최대의 자동차 산업을 주도해온 미국의 완성차 3사는 올해 말까지도 구제금융을 받지 못하면 회사의 존립 자체가 어려운 최악의 지경에 처해 있다. 일본의 자동차 메이커들도 감산에서는 크게 봐서 예외가 아니다.

더구나 자동차업계의 이 같은 어려움이 단시일내에 호전될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이에 따라 자동차업계는 단순히 생산감축을 넘어 회사별 자구(自救) 프로그램에다 전 세계적인 인수ㆍ합병(M&A)을 통한 초대형 산업 구조조정의 회오리까지 불어닥칠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다. 한마디로 생존을 위한 극한경쟁에 본격 돌입한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 자동차업계가 살아남자면 기술개발과 같은 당연한 일만으로는 부족할 것이다. 보다 정교한 경영전략을 세우는 것은 기본이고,노사가 한몸으로 힘을 합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간 완강한 입장을 보였던 미국의 전미자동차노조(UAW)가 정부지원을 요구하면서 복지지원 등에서 양보할 의사가 있다며 물러서는 것은 우리에게도 시사점이 적지않다. 생존을 위한 임금삭감도 감수할 자세를 가다듬어야 한다. 무엇보다 일자리지키기를 위한 노사 공조의 지혜가 절실한 국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