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금융위기 이후 경제수업에 학생 몰려
中 경제전문서 불티…블루칼라들도 탐독

"'경제 바보' 됐다간 사회에 나가서 쪽박 찬다. "

그동안 경제학을 그저 따분한 전문 지식쯤으로 받아들였던 세계 각국 사람들이 글로벌 금융위기를 계기로 너도 나도 경제 공부에 열을 올리고 있다. 미국 월가와 자동차업계의 위기 등 초대형 국제 경제뉴스들이 연일 TV와 신문지상을 장식하고,경기 침체의 충격이 각 가정의 안방까지 파고들면서 경제 문외한인 일반인들에게 '살아 있는 경제 교과서'가 돼 주기 때문이다. 게다가 경제를 모르고선 취업은 생각도 못할 시대가 됐다.

USA투데이는 28일 '경제 열공 모드'로 돌입한 미국 학생들의 모습을 소개했다. 뉴욕대 3학년인 조지 슈워츠는 1학년 시절 거시경제학 강의를 듣다가 너무 어렵다는 이유로 중도에 수업을 포기했지만 최근 전공을 경제학으로 결정했다. 슈워츠는 "경제학을 공부하면서 더 이상 낡은 역사 기록에만 매달릴 필요가 없어졌다"며 "하루 하루 터져 나오는 경제 뉴스들이 추상적인 각종 경제 이론들을 현재진행형으로 보여주고 있어 경제학에서 이전에 느끼지 못했던 생동감을 발견한다"고 말했다.

경제학을 가르치는 고등학교 교사들과 대학 교수들도 금융위기 상황을 수업에 활용하는 분위기다. 유동성 위기와 통화 정책 등 학생들이 딱딱하고 어렵게 생각하는 경제학 주제를 이해시키기 위해 예전처럼 예시를 만드는 데 오랜 시간 애를 쓸 필요가 없어졌다.

월스트리트에 위치한 이코노믹스 앤드 파이낸스 고등학교의 교사인 아리스테데스 루르다스는 "그동안 경제학에 대한 학생들의 관심이 낮았다"며 "하지만 최근 월가의 대규모 감원에 따라 집안 사정이 어려워진 학생이 늘면서 시키지 않아도 경제 공부를 열심히 해야겠다는 분위기로 바뀌고 있다"고 밝혔다.

이재에 밝기로 소문난 중국인들도 경제 공부에 여념이 없다. 중국신문사는 30일 금융 분야와는 전혀 관련이 없는 블루칼라 직종 근로자들부터 사무직 화이트칼라 직장인들에 이르기까지 경제 서적을 탐독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특히 예전엔 주식 투자나 재테크 실용서들이 경제서적 베스트셀러의 주를 이뤘다면 최근엔 금융 위기와 거시 경제 등 전문적 내용을 다룬 원론 서적들이 인기를 끌고 있다고 중국신문사는 전했다.

정저우의 한 대형 서점 관계자는 "올 들어 경제 관련 서적 판매가 예년보다 최소 20% 이상 늘었다"며 "전문 도서로 분류됐던 책들이 베스트셀러 목록에 오르게 될 줄은 금융위기 전엔 상상도 못했던 일"이라고 밝혔다. 정저우 시내의 한 자전거 수리공은 "요즘 매일 매일 CCTV에서 방영하는 '월스트리트 폭풍'이라는 프로그램을 보는 게 일과가 됐다"고 말했다.

이미아 기자/김영주 인턴(한국외대 4학년) mi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