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지바현 사쿠라시에 사는 가정주부 미쑤이 마이코씨(44)는 남편을 출근시킨 뒤 컴퓨터 모니터를 보며 깊은 한숨을 내쉰다.

그의 외환투자 전용계좌 잔액이 올 하반기 들어 1900만엔(약 3억원)이나 쪼그라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게임'을 멈추지 않는다. 그는 "책에 나오지 않는 나만의 거래기법을 개발했다"며 다시 전의를 불태운다.

최근 일본 엔화가치 급등락으로 '와타나베 부인'들이 타격을 입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30일 보도했다. 와타나베 부인이란 저금리인 엔화를 고수익 해외금융 상품에 투자(엔 캐리 트레이드)하는 일본 전업주부들을 일컫는 말이다. 이들은 금리가 연 0.5% 안팎에 불과한 엔화를 빌려 7~8%대인 뉴질랜드·호주 채권이나 예금상품에 투자,앉아서 금리차만큼 안정적인 수입을 거둬왔다.

와타나베 부인들의 거래 비중은 도쿄 외환시장의 30%를 차지할 정도다.

하지만 최근 엔화 환율이 롤러코스터를 타면서 얘기가 달라졌다. 스코틀랜드 왕립은행(RBS)에 따르면 지난 10월 말 현재 외화 예금 및 신탁을 합친 일본 가계의 외화자산 잔액은 48조엔으로 집계됐다. 6월 말의 63조엔에 비해 15조엔이나 줄어든 액수다. 이 중 대부분은 와타나베 부인들의 계좌에서 증발됐다는 분석이다.

특히 10월 말 엔화 가치가 달러당 90엔 가까이 치솟으며 13년 만에 최고를 기록하자 대거 환차손을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많은 와타나베 부인들이 마진콜(추가 증거금 요구)을 당했다는 전언이다.

와타나베 부인들은 리스크가 커진 외환 투자를 중단하는 대신 '데이트레이더'로 변신해 더욱 게임에 몰두하고 있다.

엔화 등락폭이 커진 만큼 순간순간 변동하는 환율 타이밍을 틈타 '박리다매'로 수익을 노리는 투자자들이 늘고 있다는 것이다.

유병연 기자 yoob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