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사전 출판사 미리엄 웹스터가 발표한 '2008년 올해의 단어'는 Bailout(구제금융)이다. 미 정부와 의회가 지난 9월 7000억달러의 금융산업 구제안을 발표한 뒤 수십만명의 네티즌이 몇 주 동안 온라인 사전에서 이 단어의 뜻을 찾으면서 최다 검색어가 됐다.

이 단어는 구제금융이라는 뜻 이외에 비상탈출, 대안(代案) 등의 의미도 담고 있다. 네티즌들이 이 단어에 관심을 기울인 것도 그 때문이다. "구제금융의 일반적인 의미보다는 이 말에 '무책임함'이나 '비난'을 뜻하는 부정적인 뉘앙스가 있는지 알고 싶었던 것 같다"는 게 존 모스 미리엄 웹스터 회장의 분석이다. Trepidation(공포) Precipice(벼랑) Turmoil(혼란) 같은 용어도 검색어 상위권에 포함됐다고 한다.

미국인들이 금융위기로 인해 얼마나 불안과 공포를 느끼고 있는지, 금융위기를 일으킨 사람들의 모럴 해저드(도덕 불감증)에 얼마나 분노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방증인 셈이다. 7000억달러 외에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모기지증권 매입 등에 8000억달러를 추가 투입키로 했고, 씨티그룹도 구제키로 한 데 이어 자동차 빅3마저 손을 벌리고 있으니 미국 국민들의 짜증이 배가(倍加)될 것은 뻔한 이치다.

게다가 경영이 잘 될 땐 연봉을 올리고, 스톡옵션을 챙기기 바빴던 대기업 CEO들은 회사가 힘들어지게 되자 국민 세금으로 도와달라고 하소연하고 있으니 국민들의 눈에 곱게 보일리 없다. 하지만 경제가 더 나빠지는 것을 막기 위해선 이들을 지원하지않을 수 없는 것이 현실이고 보면 정말 이런 아이러니도 없다는 생각이 든다.

미국에서 뿐 아니라 한국에서도 은행 등에 대한 공적자금 지원 논의가 나온다. 외환위기 때에 이어 두 번째다. 물론 경제 회생(回生)을 위해 불가피한 선택인 것 또한 사실이다. 구제금융이 '이익의 사유화, 손실의 사회화'와 동의어로 간주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이봉구 수석논설위원 b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