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대치동에 사는 김모씨(53)는 지난해 11월 대학생인 아들 명의로 가입했던 주식형펀드 3개를 최근 아들에게 증여했다. 8500만원이었던 원금이 주가 급락으로 3600만원까지 떨어지자 펀드를 아예 물려준 것이다.

3000만원까지는 세금이 붙지 않아 초과분인 600만원에 대해서만 증여세를 내면 된다는 점에 이끌렸다. 원금을 회복했을 때 증여하는 것과 비하면 500만원 정도 증여세를 아낄 수 있기 때문이다.

김씨는 "어차피 아들 결혼자금용으로 몇 년간 묻어둘 생각이었다"며 "나중에 원금이 회복되거나 수익이 나면 세금부담만 커질 것 같아 손실이 난 지금 미리 증여했다"고 말했다.


주가 급락기를 이용해 펀드를 자녀에게 증여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펀드 증여세는 투자 원금이 아니라 증여할 당시의 평가금액이 과세기준이라는 점이 매력적인 요인이다.

삼성증권의 한 PB(프라이빗 뱅커)는 "며칠 전에도 브릭스펀드에 1억원을 넣었다가 원금이 4200만원으로 줄어든 한 고객이 고등학생 딸에게 펀드를 증여했다"고 말했다.

그는 "장기 투자를 염두에 둔 가입자들은 절세효과를 높이기 위해 요즘처럼 평가액이 낮을 때 증여하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하나대투증권 관계자도 "최근 강남지역 고액자산가들을 대상으로 영업직원들이 펀드 증여를 권유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내년부터 증여세율이 순차적으로 낮아진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김예나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증여재산이 5억원인 경우 현재 증여세율은 20%지만 내년에는 7%로 크게 낮아져 세금부담 측면에선 내년이 훨씬 유리하다"고 밝혔다. 그는 "하지만 내년 증시가 반등해 수익이 늘어나면 증여금액도 커지기 때문에 시장 전망을 함께 고려해 증여시기를 정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 펀드의 경우 증여한 후 3개월 이내에 세무서에 신고하면 증여세를 10% 감면받을 수 있다. 성인에게 증여하면 3000만원,미성년자는 1500만원까지 공제된다.

최용준 미래에셋증권 세무컨설팅팀장은 "이미 자녀 이름으로 개설한 펀드라면 증시 상황을 지켜보다가 평가액이 최저점이라고 생각되는 날에 증여하는 것으로 하고 그 날을 기준으로 3개월 이내에 신고하면 증여세를 더 줄일 수 있다"고 조언했다.

박해영 기자 bono@hankyung.com